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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바마 영상’ 외신엔 주고 종편엔 못 판다는 KBS

중앙일보 2012.03.26 01:06 종합 6면 지면보기
안의근
JTBC 기자
“주관 방송사인 KBS가 전체 생중계 화면을 제공하면 될 텐데 못 주겠다고 하니 우리도 답답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는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의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외국어대 특강을 생중계할 수 없느냐고 묻자 그는 도리어 기자에게 갑갑함을 토로했다. KBS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주관 방송사다. 주관 방송사는 이번 정상회의와 관련된 전 일정과 주요국 정상들의 활동 모습을 찍어 전 세계에 송출하는 일을 맡는다.



  58명의 세계 정상급 인사가 참석해 국제적 주목을 받는 행사이므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영상을 사고 싶어하는 방송사에 팔면 될 일이다. 그런 KBS가 유독 JTBC 등 종합편성방송(이하 종편)에는 일부 영상을 “돈 받고도 못 팔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대 특강은 핵안보정상회의와 무관한 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KBS 측 입장이다. 하지만 외대 특강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린 일정이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 대통령의 강연 내용 역시 관심이 크다.



  KBS가 당초 세계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 3700여 명에게 보낸 구매 가능 리스트에 외대 특강 내용을 포함시킨 걸 보면 그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JTBC가 오바마 대통령의 외대 특강 영상 구매 신청서를 보내자 KBS는 “종편에는 줄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보냈다.



  전 세계 수백 개 언론사에는 팔아도 정작 국내 종편사에는 팔 수 없다는 얘기다. KBS는 외신엔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종편엔 줄 수 없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중앙·조선·동아’ 종편의 취재를 모두 거부하는 일부 정치권의 흉내 내기처럼 보일 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유엔총회에 버금가는 국제행사인 핵안보정상회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관방송사이자 공영방송으로서 국익을 위해 홍보에 힘써야 할 주체가 KBS다. 그런 KBS가 국제적인 이번 행사를 후발 주자인 종편들을 따돌리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과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 KBS의 앞뒤 안 맞고 속 좁은 행태가 안타깝다.



안의근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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