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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겨울스포츠 고루 역량 키워야”

중앙일보 2012.03.26 00:16 종합 31면 지면보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한국 겨울스포츠 역량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야 한다. 스케이팅·쇼트트랙에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겨울스포츠계 거물 르네 파젤 IOC위원

 르네 파젤(Rene Fasel·62·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IOC 평창 조정위원회소속인 파젤 위원은 IOC 집행위원이자 1994년부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을 맡아온 국제 겨울스포츠계의 거물이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아이스하키 스위스 국가대표로 뛴 경력도 있다. 88년 캘거리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겨울올림픽에서 IOC 조정위원을 맡아온 전문가다. IOC 조정위원회의 첫 평창 실사를 마친 다음날인 23일 그는 한양대(총장 임덕호)에서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예박사 수여식 직후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 명예박사학위를 축하한다. 한국과 인연이 깊어진 셈이다.



 “한양대 동문이니 한국 사람 다됐다(웃음). IOC위원으로서 거의 매주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지를 다니는데, 한국의 환대는 놀라울 정도로 항상 따뜻하다.”



 - 구닐라 린드버그(Gunilla Lindberg)IOC 조정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가 “순조롭다”고 평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창은 세번째 도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10년 넘게 겨울올림픽을 준비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자만해선 안 된다. 오륜기가 평창에 오를 때까지, 평창이 해야 할 숙제는 많고 시간은 별로 없다.”



 - 구체적 조언을 부탁한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현지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가 있었기에 성공했다. 당시 하이라이트였던 미국 대 캐나다 아이스하키 결승전땐 거의 모든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일부 빙상종목에서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겨울올림픽 종목은 경기장 건설 투자가 우선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봅슬레이 경기장 건설이다. 경기장이 있어야 선수들이 연습을 할 수 있다.”



 - 개최국의 성적이 좋아야 성공한 대회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렇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평창에서 한국 종합순위 목표는 4위’라고 한 건 의미심장하다.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그 목표 실현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이건희 IOC위원부터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김진선 조직위원장등의 지원이 탄탄하다. 국민의 겨울 올림픽에 대한 열망도 뜨겁다.”



 - 평창이 성공할 경우 겨울스포츠가 덜 발달한 아시아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바로 그거다. 평창의 유치전 슬로건이 ‘새로운 지평’ 아닌가. 눈이 내리지 않는 동남아시아를 이웃으로 둔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이 성공한다면 북미·유럽에 편중됐던 겨울스포츠의 평준화에 기여할 거다.”



 - 평창조직위원회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지속 가능성이다. 올림픽 후에 버려지는 경기장이 있어선 안 된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은 재앙이었다. 1만4000석의 대규모 경기장을 짓는데 예산을 낭비했고 정작 올림픽 후엔 버려지다시피 했다. 경기장의 규모와 외관이 지나치게 화려하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



글=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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