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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1> 정상회담 의전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2012.03.26 00:00 경제 13면 지면보기
이현택 기자
오늘(26일)부터 이틀간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립니다. 2010년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두 배가 넘는 58명의 국가원수급 인사가 서울을 찾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외교행사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한국을 방문한 국가 원수들은 어떤 예우를 받게 될까요. 정상회의 의전에 대해 알아봅니다.


국빈 방문땐 예포 21발 … 식사가 국빈만찬급이면 축배 제의 필수



26~27일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는 국가 정상급 인사 58명(5개 국제기구 수장 포함)이 참석한다. 그중 국가 정상이 직접 오는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48개국이다. 나머지 10개국은 대통령제인 경우 총리, 내각책임제인 경우 부총리 또는 외교장관이 대신 참석한다. 대개 선거 등 자국 내 현안이 있는 국가들이다.



이번 회의에는 특별기 48대가 각국 정상을 수송한다. 특별기의 경우 군용공항인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민항기로 입국하는 정상들도 있다. 이번 회의에는 민항기 20대가 인천 및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착륙한다.



대개 각국 정상이 입국하면 예포를 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 해외 정상의 국빈 방문 등에서는 예포 21발이 발사된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민간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해 예포 사용을 자제하기도 한다. 영접은 외교부 차관급 이상 간부가 수석 영접인사(head of welcoming party)를 맡고, 상대국 주재 우리 대사, 의전장 등이 함께 나선다. 하지만 다자회의인 경우에는 이런 예포 및 영접 의전을 모두 하기 어렵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격식을 완화한 약식행사로 개최됐다.

 

의전 서열 따라 진행 … 발언 순서는 예외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다자회의에서는 의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각 정상들의 일정은 물론이고, 분·초 단위의 동선까지도 사전에 수 차례 예행연습을 거친 뒤 진행된다. 사진은 2010년 G20 회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중앙포토]


의전의 기본은 의전서열(order of precedence)이다. 의 전서열에 따라 오찬장과 만찬장 좌석 배치, 행사장 출·도착 순서, 기념촬영 위치 등이 정해진다. 다자회의에서 의전서열의 기준은 다양하다. 국가명의 알파벳 순서를 따르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대통령 등 국가수반(Head of State)을 우선하고, 총리 등 정부수반(Head of Government)을 다음에 하며, 국제기구 대표를 맨 나중에 하는 순서를 적용할 수도 있다. 같은 지위인 경우에는 재임기간 순, 국제기구 중에서는 유엔이 1번, 나머지 기구는 설립연도 순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입헌군주제인 일본 등의 경우에는 왕 및 왕족에게 통상적인 의전 이상의 예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던 일왕의 사촌동생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1954~2002)가 그 예다. 개막식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다카마도노미야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두 사람을 배웅했다. 이때 일본 정부는 다카마도노미야가 고이즈미 총리에 앞서 엘리베이터를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가 평민인 고이즈미와 동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각국 정상들이 함께 모여 사진을 찍는 ‘포토타임’ 역시 의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각국 정상의 지정 위치에 해당 국가의 국기가 표시돼 있다. 물론 국기가 발에 밟힐 수 없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한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씩 사진을 찍는 경우 각국 정상들은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자연스럽게 옆 정상과 담소를 나누거나 수행원들과 일정을 협의한다. 촬영장소 및 동선, 순서 등은 보안상의 문제로 비밀에 부쳐져 있다.



하지만 발언 순서의 경우 오히려 의전서열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엔총회에서는 각 정상의 발언 희망 일시에 대한 신청을 접수한 뒤 협의를 거쳐 연설 일정을 정한다. 이때 유엔은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되, 상호 협의에 의해 사전에 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APEC에서는 각 세션별 주도국(leading country)이 선도 발언(leading speech)을 하고, 이후 조율된 순서대로 발언을 하거나 자유 토론을 한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경우 세션별로 발언 신청을 접수한 후 신청 순서, 해당 의제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해 순서를 정한다. 하지만 각국 입장에서는 먼저 발언을 해야 국가 위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발언 순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만찬에도 등급 있지만, 공식 만찬주는 없어



만찬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은 국빈만찬(State Dinner)이다. 외국 정상 방문 중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State Visit) 때에만 행해지는 특수한 만찬이다. 사전에 의전 지침에 의해 격식과 품위를 갖춰 진행된다.



건배 제의는 정상회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차다.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신상목 의전과장은 “국빈만찬 시에는 반드시 축배 제의(Proposal of a Toast)가 행사 순서로 포함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각국 정상은 상대방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건배사를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식사를 하면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는 업무만찬(Working Dinner)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지난 G20 정상회의 만찬이 업무만찬으로 진행됐다. 건배사 역시 없었다. 국빈 만찬을 제외한 다른 만찬에서의 건배 여부는 각국 의전담당관의 협의로 결정된다.



만찬 장소로는 역사적인 장소 또는 주요 컨벤션 센터 등이 선택된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지난번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만찬이 진행됐다.



의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각국 정상들의 만찬 메뉴의 컨셉트는 ‘한국의 봄’이다. 정상급 인사 58명을 위한 26일 만찬과 27일 오찬에는 아보카도, 토마토 샐러드, 아스파라거스 스프, 한우 안심스테이크가 준비된다. 26일 배우자 만찬은 서해산 꽃게로 만든 수프와 제주 옥돔으로 만든 아뇰로띠(이탈리아식 만두), 한우 등심구이 등이 준비된다. 27일 정상 부부 만찬에서는 봄나물 비빔밥, 숯불갈비구이, 살얼음 홍시 등으로 한식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정상들은 문화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된다. ‘나는 가수다’로 다시 한 번 스타덤에 오른 박정현의 공연을 비롯해, 대금연주, 살풀이, 궁중무용 등이 펼쳐진다.



이슬람권을 배려한 할랄(Halal·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 메뉴 제공 역시 철저히 준비된다. 2009년 6월 제주도에서 개막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는 할랄 인증을 받은 양갈비 바비큐가 메인 요리로 제공됐다. 음주를 하지 않는 이슬람권 정상을 위해 오찬 반주로는 ‘배 와인’이 제공됐다.



외교통상부 측은 “이번 회의의 만찬 장소 등은 각국 정상들의 경호 및 보안상의 문제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 모든 음식은 사전에 청와대 경호처를 비롯한 각국 경호당국 검식관들이 먹어본다. 단 1%의 음식테러 가능성이라도 배제하기 위해서다.



또한 매년 각 정상회의가 끝난 뒤 나오는 신문기사 중에는 공식 만찬주에 대한 기사가 꼭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공식 만찬에 사용된’ 만찬주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국제회의가 특정 술을 공식적으로 지정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 때는 ‘오미로제 스파클링’(국산 오미자와인)이 리셉션 와인으로,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건배주로 선정됐다.

 

18개 언어 동시통역 … 취재진만 4500명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는 동시통역사 50여 명이 활동한다. 각국 정상에게 최고 수준의 통역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각국 정상들이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 속으로 통역사들의 땀내 어린 노력이 들어간다. 이번 회의에서는 영어·프랑스어 등 18개 언어가 동시통역된다. 참가국이 53개국이나 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의전 차량 역시 370여 대가 준비됐다. 현대기아차에서는 에쿠스 리무진(5038cc), 에쿠스 세단(3778cc), 스타렉스(2497cc), 모하비(2959cc) 등 총 260대 차량을 협찬한다. BMW에서는 740Li(2979cc), 그란투리스모(GT30d, 2993cc) 등 110대를 지원한다. 각국 정상들은 에쿠스 리무진을, 정상 배우자들은 740Li를 탄다. 각국 장관들에게는 GT30d가 제공된다. 이달 협찬 차량은 7~8개월 이전에 메이커, 모델, 수량 선정 작업이 끝나 미리 핵안보정상회의 추진단에 제공된 물량이다. 각국 정상의 취향 및 경호 필요성에 맞게 개조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 김도학 홍보팀 차장은 “각국 정상들이 타던 차량은 VVIP차량으로 인증되며,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난 뒤 경매 등의 방법으로 일반인에게 재판매된다”고 말했다. 미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정상들은 본국에서 공수해 온 의전 차량을 사용한다.



회의에 사용되는 비품 역시 홍보효과를 누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협찬했다. 삼성전자가 LED 모니터및 IT기기 일체를, 퍼시스가 정상회의장 가구를 협찬했다. 제일모직은 행사지원요원의 유니폼을 지원했다. 파리바게트는 간식 및 음료를 맡았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은 총 1만여명이다. 각국 정부 대표가 4000여 명에 달한다. 국내외 취재진도 4500명이나 온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 JTBC를 비롯해 방송, 일간신문 등 거의 모든 매체가 취재망을 가동한다. 기타 자원봉사자와 준비요원 등도 1000여 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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