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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만난 한재미나리 … 주문해도 1주일 기다려야 합니다

중앙일보 2012.03.23 04:30 Week& 4면 지면보기
미나리는 봄철에 특히 맛있다. 봄이 되면 시골 5일장부터 백화점 식품매장에까지 미나리가 지천으로 널린다. 하지만 미나리도 미나리 나름이다. 경북 청도의 한재미나리는 명품 중의 명품이다. 한재미나리는 1㎏에 9000원 정도여서 다른 미나리보다 많게는 6000원 더 비싸다. 그러나 물량이 달려 주문을 해도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해마다 3~4월이면 청도의 미나리 작업장에서는 미나리에 돼지 삼겹살을 싸먹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청도에서만 벌어지는 이색적인 봄 풍경이다. 지난주 미나리 향이 가득한 청도를 다녀왔다. 청도에선 올봄의 시작을 꽃이 아닌 미나리가 알려왔다.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미나리를 맛보기 위해 한재미나리 생산자연합회 윤수업씨의 작업장을 찾았다. 화악산 지하 암반수에 몸을 씻은 미나리는 한층 더 푸른 모습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 130가구 1년에 70억~80억 원 벌어



먼 길을 달려 도착한 청도의 첫인상은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모습이었다. 산에는 온통 앙상한 감나무뿐 봄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청도역에서 15분쯤 차를 타고 한재 골짜기에 도달하자 그제야 봄기운이 느껴졌다. 청도의 봄 전령사, 푸른 미나리가 반투명한 비닐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한재미나리’에서 ‘한재’는 청도읍 초현리, 음지리, 평양1·2리, 상리 일대를 부르는 지명이다. 한재미나리는 한재마을에서 나는 미나리라는 뜻이다. 한재마을은 예부터 물이 많았다. 이 지역에 물이 풍부한 이유는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화악산 덕분이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로 미나리 밭에 물을 댄다.



 한재마을 미나리밭은 생각보다 넓었다. 현재 한재미나리 생산 농가는 모두 130가구, 전체 미나리 재배 부지는 70ha(20만 평)에 달한다. 하루 약 10t을 수확하는데, 연간 매출은 70억~80억원 선이라고 한다. 한재마을은 1992년 도랑에서 키우던 미나리를 논에 옮겨심으면서 미나리 마을로 특화하기 시작했다.



 “한재미나리가 맛있는 건 물·흙·기후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져서지.”



 30년이 넘도록 미나리를 재배하는 노기순(73) 할머니의 말이다. 이 지역의 미나리밭은 물도 많지만 배수도 잘된다. 황토·마사토·자갈층이 차례로 쌓여 형성된 토양 덕분이다. 저녁에 밭에 물을 대고 하룻밤을 지내면 지하수는 땅 밑으로 알아서 빠져나간다. 며칠씩 고여 있지 않고 하루 단위로 물갈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많은 일조량과 큰 일교차 역시 미나리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한재미나리는 2월부터 수확한다. 2월 것은 작고 5월 것은 질겨 3∼4월 것이 가장 맛있다. 3월의 한재미나리가 봄을 대표하는 별미가 된 이유다.



# 작업장 옆에서 먹는 미나리삼겹살쌈 별미



한재미나리는 보통 40∼50cm 정도 크기다. 붉은빛을 내는 밑단이 대나무처럼 마디로 나눠져 있고 그 위에는 줄기 그리고 가장 윗부분은 이파리가 무성하게 달려 있다.



 밑단이 두꺼운 한재미나리를 처음 보고는 질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한입 베어무니 아삭하게 씹히는 것이 탄력이 느껴졌다. 마디를 씹을 때는 단맛도 있었는데 이 부위에 올리고당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재미나리를 현지에서 먹으려면 미나리 작업장을 찾아가면 된다. 작업장 한쪽에 평상이 있는데 여기에 모여 앉아 미나리를 먹는다. 미나리를 사면 가스버너와 불판만 빌려준다. 따라서 미나리와 함께 먹을 삼겹살·된장·마늘·고추 등 쌈거리부터 가위·수저·젓가락 등 식기까지 전부 먹는 사람이 챙겨와야 한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면 미나리 작업장은 사람으로 미어터진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구하기도 힘들다.



 한재미나리 쌈을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나리 두 대를 잡아 밑단 부분을 10cm 정도 접는다. 그리고 줄기와 이파리를 접은 밑단에 돌돌 감는다. 그 위에 고기 한 점과 쌈장을 올린 뒤 미나리를 겹쳐 접으면 쌈이 완성된다. 차가운 물에 씻은 미나리와 뜨겁고 기름진 삼겹살이 만나 절묘한 맛을 낸다. 먼저 미나리 향이 입안 가득 싸하게 퍼진다. 미나리는 아삭하게, 삼겹살은 부드럽게 씹힌다. 고기를 다 먹은 뒤에도 입안에서 미나리 향이 감돈다.



 한재마을에는 돼지 삼겹살을 미나리에 싸먹는 식당도 많다. 다른 고깃집에서는 상추·깻잎 등을 별도로 안 사도 되지만, 여기에서는 미나리 값을 따로 내야 한다. 탐복미나리가든에 경우 가격은 한접시(500g 정도)에 9000원이다. 돼지고기 생삼겹살은 보통 120g에 8000원 수준.



 미나리는 칼륨·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화·해독작용이 뛰어나 몸속에 쌓인 독소를 빼내는 데 효과가 있다. 70%가 수분이어서 건조한 봄철 피부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한재마을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청도IC에서 빠진다. 밀양 방향으로 우회전해 청도역을 지나는 도로를 타고 15분을 달리면 초현교가 나온다. 그 부근에 ‘한재미나리’라고 커다란 간판이 서 있다. 거기서 우회전하면 한재마을이다. 한재미나리는 생산자연합회 소속 농업인에게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주문을 넣어도 1주일쯤 기다려야 한다. 현지에서 직접 미나리를 사려면 전화로 가능한 날짜를 받아놓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보통 미나리를 먹으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사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 사람에게 1kg 이상은 잘 팔지 않는다. 한재미나리 생산자연합회 소속 명단을 일부 열거한다. 워낙 주문이 많아 연락처 한두 개로는 주문이 어려워서다. ▶박이준(011-813-1326) ▶윤수업(010-3509-2437) ▶하순자(011-9587-5738) ▶조정도(010-2002-9771) ▶강동선(010-5145-2459) ▶이경호(011-817-1674) ▶박정범(011-545-9530) ▶김만태(011-9382-2393) ▶박경명(011-599-4146) ▶김창성(010-3863-6357) ▶정순식(010-8578-4980) ▶박호섭(017-816-3868) ▶정만덕(016-9778-1356) ▶윤상덕(011-9576-1144)



청도의 또 다른 재미 … 돔 경기장서 소싸움 구경, 열차 터널에 만든 ‘와인터널’



지난해 9월 개장한 소싸움 전용 돔 경기장에 가면 매주 주말 소싸움을 볼 수 있다.
미나리로 배를 채웠으면 이제는 청도를 둘러볼 차례다. 소싸움 전용 돔 경기장에서는 주말마다 소싸움이 열린다. 가든 프로방스는 사진 동아리의 출사 장소로, 로맨틱한 분위기의 와인터널은 커플들에게 사랑받는 청도 명소다.



4월 18∼22일 청도 소싸움 축제가 열리는 5일 동안 약 50만 명이 방문한다. 119년의 소싸움 역사를 지닌 경남 진주, 경남 의령지방에서도 소싸움이 열리지만 요즘 소싸움 하면 청도를 손꼽는다. 전국대회 상위 입상 소만 초청해 경합을 벌이도록 대회 규정을 바꾼 1999년부터 인기를 끌었다. 1만1245석을 갖춘 소싸움 경기장은 지난해 9월 개장했다. 돔 경기장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매일 10회 소싸움이 열린다. 첫 경기는 오전 11시30분 시작되는데 30분 전부터 우권을 판매한다. 입장료·주차비 무료. 054-370-7500.



젊은 커플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방스.
프로방스는 용암온천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정원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테마로 꾸민 정원에는 카페 레스토랑 ‘프로방스’와 식당이 모여 있다. 근처 용암온천을 오는 손님에게 먹거리를 팔기 위해 조성했는데, 지금은 프로방스를 찾는 손님이 더 많다. 레스토랑 뒤에 기찻길을 깔아놓고 조그마한 열차 한 칸을 올려놨다. 기찻길 옆으로 알록달록한 벤치도 놓여 있다. 봄에는 벚나무에 꽃이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기찻길을 소복하게 덮는다. 웨딩 촬영과 사진 동아리 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



와인꽂이를 벽과 천장에 달아놓은 와인터널 .
와인터널은 2006년 청도감와인 주식회사에서 조성한 와인 저장고이자 시음·전시장이다. 1905년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 만들었다. 와인터널의 길이는 1km 정도다. 터널 입구에는 옛 기찻길처럼 자갈과 철로를 깔아 운치를 더했다. 와인꽂이를 옆 벽면부터 천장까지 휘감는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감 와인을 맛 볼 수 있도록 소규모 판매점도 만들어 놨다. 떫은 감으로 만든 레귤러·스페셜 와인과 아이스 홍시로 만든 아이스 와인 등 세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터널 내부는 어두컴컴하고 습한 편이지만 곳곳에 은은한 조명을 달아 로맨틱한 분위기다. 054-371-1904.



철가방극장
개그맨 전유성씨가 운영하는 코미디 공연 전용극장인 철가방극장(054-373-1951)과 카페 레스토랑 니가쏘다쩨(054-373-9889)도 새롭게 떠오른 청도 명물이다.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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