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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베이징서 내란? 중국 정부 불통·불신이 부른 괴담

중앙일보 2012.03.23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발단은 옌사오슝(嚴少雄)이라는 네티즌이었다. 그는 20일 오전 “어젯밤 베이징(北京) 천안문(天安門) 광장을 관통하는 장안가(長安街)가 군용차량으로 숲을 이뤘고 골목마다 사복경찰이 지킨다”는 문자메시지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잠시 후 “천안문 부근에서 총성도 들렸다”는 다른 네티즌의 메시지가 떴다. 계속해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의 연금설, 서우두(首都) 공항 폐쇄설까지 이어졌다. 이들 메시지가 광속으로 웨이보에 난무하는 동안 “확인해 보니 헛소문”이라는 글 10여 건이 떴다. 약속이나 한 듯 미국에 본사를 둔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는 이날 “내란 조짐이 있으며 정규군이 베이징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했다. 이 매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집단으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 조직의 대변지다. 딱 여기까지가 20일 중국과 한국 인터넷을 달군 ‘중국 내란설’의 실체다. 사건의 과정이나 내용을 보면 누가 봐도 황당하고 한 다리 건너면 확인이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기자가 관련 내용들을 확인했더니 모두 헛소문이었다. 한데도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베이징으로 가족 안부를 묻는 전화가 많았다. 일부 항공사에는 예약 취소 전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왜 이렇게 중국의 유언비어에 민감한 걸까. 중국 정부의 ‘불통(不通)’과 ‘불신(不信)’ 때문이란 생각이다.



 이번 일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관련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가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기도사건으로 실각한 이후 중국 정부는 보 전 서기의 거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 발생 40여 일이 지난 왕 전 부시장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그러니 중국인들은 궁금하고 그 갈증을 풀어 주기 위해 ‘소설’이 등장한다. 보 전 서기 실각을 둘러싸고 지도부가 양분됐고 서로 군대를 동원해 상대 가족들을 체포했다는 내용까지 인터넷을 활보할 정도다. 이번 내란설에 대해서도 아직 일언반구(一言半句) 말이 없다. 인민과 소통이 없으니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란설이 헛소문”이라는 웨이보 메시지 10여 건이 떠도 진상을 묻는 메시지가 꼬리를 무는 이유다. 왕야(王雅)라는 중국 학자가 홍콩 언론을 통해 이번 해프닝의 원인을 ‘공산당의 불투명성’으로 단정한 것도 같은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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