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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표 궁지에 몰린 민주당·진보당 정면충돌

중앙일보 2012.03.23 01:26 종합 1면 지면보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2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퇴 불가를 재확인했다. 그는 “내 문제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와 다르게 과도한 책임을 지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대의 주역인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동시에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 대표의 경우 선거를 얼마 안 남겨둔 상태에서 측근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이 대표는 단일후보 경선 때 여론조사 조작 사건으로 비난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관계기사 3, 4, 6면>


민주당, 경선 패한 지역에 공천 강행 … 진보당 “이건 도발이다”
검찰은 한명숙 측근 자택 압수수색

 여기에 민주당이 22일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백혜련(경기 안산 단원갑) 후보의 공천을 강행하면서 야권연대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백 후보는 지난 17~18일 단일화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에게 3표 차로 패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2010년 7·28 보궐선거 때도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한 사례가 있다”며 “안산 단원갑도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관악을에서 이 대표에게 패한 민주당 김희철 의원도 21일 탈당한 뒤 23일 무소속 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경선 불복은 야권연대 합의 정신을 어기는 도발”이라며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가 불복 행위를 용인했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에서 치른 야권연대 경선 49곳 중 통합진보당이 이긴 7곳에서 예외 없이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나 재경선을 주장하는 억지를 부려 왔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중단시키기는커녕 끝내 공천을 고집한다면 우리 당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민주당 지도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도 이날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는 굉장히 쉬운 선택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재경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봤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진보당이 이긴 7곳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야권연대가 실질적으로 성사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여기에 나의 관심이 몰려 있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이 대미지를 입게 될 것”이라며 “상대 당 대표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수장하거나 매장시키면 민주당은 어디서 표를 얻을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백 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것은 야권연대를 완전히 죽여버리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양당의 공방이 심화되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범야권 원로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처한 야권연대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야권연대 합의 주체인 양당 대표가 즉각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은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민주당도 관악을 문제를 이유로 다른 지역의 경선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낙청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탈당해 재경선의 여지가 없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따로 후보를 내지 않고 선거를 치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어차피 분단 체제에서는 삐걱거리면서 가게 돼 있는 만큼 야권연대 성사를 위해 낙담하지 말고 끝까지 견디며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날 총선 예비후보 박모씨에게서 2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심상대 전 사무부총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심씨는 한 대표의 측근인 데다 박씨가 한 대표의 연루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씨는 검찰에서 “심씨가 ‘한 대표의 금품수수 사건 재판 결과가 잘 나오면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고, 대표가 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돈을 요구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2억원을 줬다”며 “한 대표도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에서 나를 만나 ‘심씨를 통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주 완산구 선관위에서 지난 16일 수사를 의뢰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6일 심씨의 사표가 수리돼서 이젠 개인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후보등록 개시=22~23일 이틀간 19대 총선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전도 본격화됐다. 총선 판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초 민주당이 140석, 새누리당이 125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야권연대에 균열이 생기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서울 관악을뿐 아니라 수도권 30여 곳에서 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며 “야권연대가 와해될 경우 새누리당이 135석 이상을 얻으며 제1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MB 심판론’이 다시 강해지고 있어 여소야대는 유지되겠지만 이번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격차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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