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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살아계신 아버지 … 아이들에겐 이런 비극 없었으면”

중앙일보 2012.03.23 01:06 종합 8면 지면보기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 구조작업도 더디고 힘들다.”(고 한주호 준위)


[천안함 폭침 2주기] 고 한주호 준위 아들 상기씨

 “힘들면 들어가지 마세요.”(아들 한상기씨)



  2010년 3월 30일 천안함 폭침 희생자 구조·수색작업 중 순직한 고 한주호(당시 53세) 준위가 사고 하루 전날 저녁 아들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다. 2주기를 앞둔 22일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 초등학교에서 아들 상기(28·사진·교사)씨를 만났다. 폭침 당시 군인이었던 그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아픔이 되살아 난다”며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휴가를 나온 저를 진해역으로 배웅하면서 ‘제대하면 소주나 한잔 하자’던 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았던 해군아파트 인근에 집을 얻어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집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방’이 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 군 생활 때 찍은 사진, 각종 훈장과 상패, 태극기로 꾸며져 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방에서 유품을 들춰보는 자신을 발견하곤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했다.



어머니도 홀로 그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는 “한번은 외출했다 집에 돌아왔더니 어머니가 아버지 방에서 흐느끼고 계셔서 저도 문밖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사고 3개월 뒤인 2010년 6월 30일 학군장교(ROTC)로 전역한 그는 두 달 뒤인 9월 1일 교사로 부임했다. 올 새 학기부터 정식으로 5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가 교사가 된 것도 아버지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교사는 보람된 직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이 평생 군인으로 자부심을 가졌듯 저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준위의 희생정신은 지난해 각 학교에 보급된 초등 6학년 도덕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에 실려 있다. 그의 제자들은 그가 한 준위의 아들이라는 것을 모른다. 상기씨는 “아버지는 자신이 맡은 일은 완수한 진정한 군인이었다”며 “아이들에게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진해=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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