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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교과부와 한번 해보자는 전북교육감

중앙일보 2012.03.23 00:45 종합 18면 지면보기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달 초 교육과학부가 전북교육청에 지급한 26억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중학교 체육활동 확대를 위해 지원한 예산이다. 전북을 포함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649억원이 지원됐다.



 교과부는 정규수업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거나 다른 교과 시간을 줄여 중학생의 체육활동을 주당 4시간씩 확보하도록 전국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그런데 이 기준대로 체육을 늘린 중학교가 전북에 한 곳도 없다. 교과부가 제시한 체육 확대를 김 교육감이 정면 거부하고 있어서다.



 그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과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과부 방식대로 체육을 늘리려면 스포츠 강사나 체육 이외의 교과 교사에게 체육수업을 맡겨야 한다”며 “치과의사를 산부인과에 투입하는 격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시·도의 사정은 어떨까. 김상곤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에선 중학교 10곳 중 한 곳(10.8%)이 체육수업 확대에 참여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서울에선 이 비율이 절반(51.5%)에 이른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전남에선 중학교 100%가 체육을 확대했다. 김승환 교육감을 포함해 이들은 모두 친(親)전교조 교육감이다.



 다른 시·도에선 기존 체육교사들이 수업 확대를 감수하거나, 외부 스포츠 강사를 초빙하는 방법으로 체육 활동을 늘렸다. 이런 방법을 왜 전북도에선 쓸 수 없을까.



 김 교육감은 ‘체육수업은 현행대로 간다는 공문을 개학 전에 학교에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친전교조 교육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체육 확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다. 교과부가 체육수업 확대를 밀어붙인다고 학교폭력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김 교육감은 효과가 미약할 것으로 보고 26억원을 아끼는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념’에 집착해 중앙정부와 맞짱을 뜨자는 식의 자세는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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