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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3살연상 김희애, 내게 말을 못 놔서…"

중앙일보 2012.03.23 00:08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희애와 불륜 연기 … 실제라면 난 머리 더 굴렸을 것
JTBC ‘아내의 자격’ 주연 이성재









































이성재(42)는 알려진 대로 반듯한 배우였다. 그래도 예술을 하는 인데 약간의 ‘돌아이 기질’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한 시간 내내 조곤조곤 모범답안을 털어 놓았다. 이렇게 평온한 인물이 어떻게 격정적 사랑에 휘말려 앞 뒤 안 재는 사내로 돌변하는 것일까.



  JTBC 수목 미니시리즈 ‘아내의 자격(밤 8시 45분)’에서 여성의 모든 것을 감싸주는 이성재를 22일 만났다.



그는 서울 대치동에 이사온 주부 서래(김희애)와 사랑에 빠지는 치과의사 태오를 연기하고 있다. 대치동의 숨막히는 사교육열에 치여 늘 멀미를 하던 서래에게 태오는 백마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왕자님이었다. 훤칠한 키에 클래식한 수트를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 ‘훈남’에게 서래는 끝내 마음을 주고 만다. 서래는 “이 사람은 나를 여자로 느끼게 해줬어”라고 했다. 서래가 여자가 된 그 날, 뭇 중년 엄마들의 마음도 여자가 됐다.





  -잠자는 여심을 깨웠다.



  “(웃음). 그건 잘 모르겠다. 감독님의 주문은 ‘그냥 성재씨처럼 하세요’였다. 그래서 그냥 나처럼, 나답게 연기했을 뿐이다. 첫 회에 입고 나온 옷도 협찬 티가 나면 안 되서 내 옷을 입고 찍었다.”



-태오와 많이 비슷한가.



 “태오처럼 모범생이긴 한데 태오는 나보다 훨씬 더 그릇이 크다. 깊고 순수하다. 교통 신호도 잘 지키고 주차선도 안 밟는 요즘 같은 세상엔 손해 보는 인물이다. 단순하고 맑은 사람이라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대해서 현실감각 없이 달려드는 것이다.”



-태오를 이해하나.



 “공감하고 이해하니까 연기할 수 있다. 실제 나라면 조금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성재는 두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다.) 태오보다 더 머리를 많이 굴릴 것 같고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이 찾아온다면 모르겠는데. 아마도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고통스럽지 않겠나.”



드라마 속 서래(왼쪽)와 태오.




 -김희애씨가 3살 연상인데 호흡은 어떤가.



 “제작 발표회 때 찍힌 사진을 보고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어 걱정이 됐다. 나는 하다 못해 고소영씨하고도 잘 어울린다는 소리 들었는데(웃음). 막상 방송이 나오니 잘 어울린다고 그런다. 김희애씨에게 많이 배운다. 그런데 성격상 말을 못 놓으시더라. 나는 촬영장에서 장난치고 편하게 있는 스타일인데. 점점 친해지고 있다.”



 이성재는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95년 MBC 공채 탤런트로 입문해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예스터데이(1997)’가 안 감독의 작품이었다. “신인 때는 한 컷에 40번씩 NG를 냈었다. 그 때 안 감독이 100번이라도 찍어 줄테니 잘하라고 위안 아닌 위안을 해줬다”고 했다.



 그는 안 감독과 다시 일하면서 연기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동안 15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를 쉬지 않고 찍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려던 찰나였다.



그는 “‘아내의 자격’은 대본을 읽지 않고 감독과 작가만 믿고 출연을 결심한 첫 작품”이라며 “작품에서 떨어져 나와 시청자 입장에서 보게 되는 첫 번째 드라마”라고 했다.



 -시청자들은 이성재의 멜로 연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멜로 드라마는 항상 어렵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연기가 잘 안 나온다. 14년 전 드라마 ‘거짓말’을 했을 때보다 수월하다. 그 동안 쌓은 경험이 있으니 억지로 감정을 짜내지 않아도 되더라.”



 - ‘쌈마이’ 연기가 더 좋다고 한 걸 봤다.



 “안 해 본 것에 대한 일탈의 욕구가 크다. 도덕적인 관습을 깨고 상상을 실제로 구현할 때 배우는 가장 즐겁다. 나는 영화 ‘공공의 적’에서 살인마 역을 했을 때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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