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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심 공약, 결국 자식들 부담이다

중앙일보 2012.03.23 00:00 종합 36면 지면보기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부자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 지역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다. 이곳 노인들에게 월 9만4600원씩 수당(기초노령연금)을 줘야 할까.



 당사자에게 물었다. 퇴직 공무원인 김영국(67)씨는 “돈 준다는 데 마다할 사람 있겠느냐”며 “푼돈이라도 나라에서 준다면 나도 받아서 건강관리에 보태 쓰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 이름으로 된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에 산다. 퇴직 교사인 부인과 함께 월 400여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이 “2017년까지 기초노령연금을 지금의 두 배(20만원)로 올리고 노인의 90%까지 지급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인 표심(票心)이 흔들리고 있다.



2년 전 6·2 지방선거를 강타한 무상급식에 혀를 찼던 노인들도 자신의 이해가 걸리면서 그때와는 반응이 다르다.



 선거를 앞둔 요즘 유권자는 행복하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겠다는 ‘패키지 보험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도 무료로. 하지만 정치권이 유권자에게 밝히지 않은 게 있다. 이들 선심 상품들은 결국 내 자식들이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식 세대는 청년 한 명이 노인 두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부모 세대에게 퍼주고 그 빚을 자식들이 갚게 하는 셈법이다.



 물론 다양한 복지재원 조달 논리가 있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면 어느 정도 재원 마련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 1998년 이후 울타리 없는 시장으로 내몰린 국민을 위해 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규모다. 민주당 공약대로 하자면 올해 4조원인 기초노령연금 사업의 경우 2030년엔 25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비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지금도 지자체는 보육·노인 예산을 대느라 다른 사업엔 손을 못 대고 있다. 여기에 노령연금 부담까지 더하면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민주당이 이를 모를까.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공약이라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요. 나중에 가서 일몰제로 없애든가, 소득 하위 몇 %까지만 연금을 주는 식으로 낮추는 게 가능해요”라고 말한다. 무책임하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3~5세 양육수당 공약이 나오자 일부 부모는 수당을 아이 영어학원비로 쓰겠다고 한다. 만일 이 부모에게 ‘아이가 성인이 되면 갚게 하겠다’는 조항에 서명하라고 해도 그 돈을 반길까.



 지금은 정치권이 내민 선심 보험 약관을 뜯어보아야 할 때다. 앞으로 나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청구서가 날아올지는 알아보고 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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