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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기연주회 또 취소하나 … KBS교향악단 끝없는 파행 정명훈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중앙일보 2012.03.23 00:00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개그콘서트’(KBS-2TV)의 인기 코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개그맨 김준현은 “고뤠~?”라고 외친 뒤 꼭 한마디 덧붙인다. “야, 그럼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사람 불러야겠다”는 코멘트를 같은 KBS 식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곪을 대로 곪은 KBS교향악단 얘기다.



 정기연주회 취소는 오케스트라로서는 치욕 중의 치욕이다. KBS교향악단은 이달 8, 9일로 예정됐던 제666회 정기연주회를 포기했다.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날 공연이 채 10시간도 남지 않은 오전 10시17분 ‘저희 교향악단 사정으로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다음 주 29, 30일은 제667회 정기연주회 날이다. 보스턴 팝오케스트라 지휘자 키스 로크하트와 바이올리니스트 로버트 맥더피를 초청해 그 유명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등 3곡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아무래도 또 취소될 듯하다. 엊그제 교향악단 단원 3명 해촉, 1명 직위해제, 출연정지 64명 등 모두 71명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함신익 지휘자에게 “나가라”고 하고, 함씨는 “왜 안 따라주느냐”고 한다. 서로 “실력 없다”고 탓한다. 재작년 함씨가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최종 후보(2명)에 올랐을 때 단원 대표는 함씨 아닌 다른 아시아계 외국인을 밀었다고 한다. 이후 오디션 실시, 내부 감사·징계 등을 놓고 마찰이 증폭되면서 도저히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서로 못 믿고 탓만 한다. KBS 사측의 무능도 한몫했다.



 교향악단 운영위원회나 KBS이사회 멤버들의 눈길은 차갑다. 지휘자의 리더십 부족도 당연히 지적되지만, 단원들에게 더 비판이 가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식이면 카라얀이 와도 감당 못한다” “해이하고 기량이 녹슬 대로 녹슨 일부 단원이 문제다”…. 지난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는 전면적 조직개편, 법인화 추진, 해체 등 세 가지 방안이 거론됐다. 김인규 KBS사장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무언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헤쳐 모여가 정답이다. 음악팬 입장에서도 까짓 멘델스존 64번을 몇 번 못 듣더라도 작심하고 ‘오케스트라의 재구성’을 단행한다면 환영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궤도에 올려놓은 정명훈씨가 한번 더 희생해 주면 좋겠다. 외국인이 와봐야 휘둘릴 것이다. KBS교향악단은 1969~81년까지 국립교향악단이었다. 국립으로 환원·격상시키고 정 감독을 영입해 몇 년 더 고생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온 국민이 세금처럼 내는 TV수신료에 의지하는 악단이니까 나도 한마디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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