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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국류의 비극인가?

중앙일보 2012.03.23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1보(118~124)=대마가 죽는 한이 있어도 모양 나쁜 수는 두지 않는 게 ‘일본 미학’이다. 일본 바둑의 쇠락과 함께 힘을 잃었으나 고수들은 ‘미학’을 인정한다. 모양이 나쁘면 수가 나는 게 바둑이기 때문이다.



 구리 9단의 흑▲가 118을 강요한다. 118로 인해 백 돌은 뭉치고 있다. 생사를 위협받는 흑은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다. 119 젖혔을 때가 최대의 기로였다. 살려주고 장기전으로 갈 것이냐. 나쁜 모양을 감수하고 끝끝내 잡으러 갈 것이냐. 마지막 초읽기가 숨가쁘게 쫓아오는 상황에서 김지석 7단은 내장을 쥐어짜듯 몸을 비틀더니 120으로 끊어버렸다. 투사답게 끝을 보자고 선언한 것이다. 일본 미학이라면 ‘참고도1’ 백1로 늘어야 한다. 좋은 모양을 유지하며 장기전으로 가는 것인데 백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중론이었다.



 120으로 끊으면 일단 121의 한 방을 얻어 맞아 모양이 흉하게 뭉치게 된다. 일본 미학의 관점에선 죽어도 둘 수 없는 수지만 실전적인 한국류는 이런 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리의 123 단수에 백은 갑자기 숨이 막힌다. ‘참고도2’처럼 한 점을 버리고 싶어도 흑4로 살아간다. 가시 같은 흑 한 점이 소화되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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