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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주총 전자투표제 활성화해야

중앙일보 2012.03.23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도 여기서 선출된다. 그런데 이 주주총회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기구다.



수만 명의 주주를 한자리에 다 모으기도 쉽지 않은 데다, 그렇게 해서 표출된 부분적인 의사를 회사 경영상 중요한 결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주식회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개 몇 명, 몇 십 명이 주주였고 비교적 가까운 사람이었다. 당연히 모여서 결정했다. 당시에는 거수로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에 ‘1주주 1의결권’ 원칙이 통용됐다. 손이 하나뿐이므로.



 세월이 흘러 이제 글로벌 주주의 시대다. 한 장소에 모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위임장 제도가 있고 서면투표제도가 있다. 그리고 상법은 2009년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다. 세상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이고, 선거도 이를 반영해 변해간다. 정치보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어야 할 기업에 관한 주주의 의사결정이 이를 반영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세상 모든 제도가 개선돼 왔는데, 왜 하필이면 주주총회는 당초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까? 이는 기업을 경영하는 전문경영인과 대주주가 주주총회를 효율적으로 만들 인센티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소액주주를 부담스러워한다. 주주는 회사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만 된다고 여긴다.



실제로 아무리 배려해 줘도 주주로부터 사업에 긴요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상장회사 주주는 아무나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회사나 불구대천의 원수도 우리 회사 주주가 될 수 있다. 회사를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주가 어떻게 행동하든 경영자는 주주로부터 경영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 주주총회제도가 없어지지 않은 이유다.



 지금 국회에 계류돼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전자투표제도를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그림자투표제도를 폐지했다. 그림자투표제도는 예탁결제원이 표결 결과에 따라 예탁주식의 의결권을 찬반 비례로 나눠 행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 덕분에 상장회사는 굳이 주주를 주주총회에 오게 노력하지 않아도 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 남용되는 사례가 많았음은 물론이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도록 회사가 노력하게 되고, 결국 전자투표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익보호로 연결되고, 주주 구성을 세계화시킬 것이다.



 신세대 소액주주는 첨단 정보통신장비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는 주주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제도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주의 수가 늘어나면 회사의 사회적 책임감도 커질 수 있다. 경영진도 굳이 ‘유령 주주’에 의지하지 않고 경영성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자투표는 문서주의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기록돼 남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외에 다른 중요한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전자투표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더라도 이번에 개정안의 자동폐기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다시 추진하려면 중복된 노력과 비용이 들고 시간이 걸려서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낙후될 것이다. 사연도 많았던 18대 국회의 마지막 작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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