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은행 이용 않는 25억 명 활용법

중앙일보 2012.03.23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인구 성장, 경제정책 수립·추진,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는 통화정책, 활성화된 금융서비스 등 여러 요소가 경제 성장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래에 대한 신뢰’가 경제 성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믿고 있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촉진하고,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신뢰’다. 정부가 사회적 유대감과 공정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신뢰의 가장 중심에는 돈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저축·연금 등 미래 소득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 시스템은 이 같은 신뢰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뢰야말로 은행 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글로벌 성장의 기반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분야다. 물론 안타깝게도 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신뢰가 너무나 쉽게 무너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잘 알고 있듯이 은행이 단순히 돈만 다루는 곳은 아니다. 은행은 금융자본에 대한 접근성을 촉진하고 자본의 가치를 보호함으로써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기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은행은 결제 수단, 장기 대출, 무역 금융, 헤징·위험관리 상품, 예금, 투자·은퇴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이 경제 발전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은행 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첫째, 여러 신흥국가의 경우를 보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이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세계 성인 인구 중 25억 명 정도가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신흥국에 살고 있다. 신흥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중산층이 형성되고 소비사회를 구축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은행 계좌, 개인 대출과 각종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무역금융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이 무역금융을 활용해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무역금융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세계 비즈니스 분야에서 무역금융에 대한 관심이 취약한 편이었으나,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무역금융과 관련된 기회가 무궁무진해졌다.



 셋째,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문제는 신흥국 마켓의 성장과 함께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세계의 성장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프라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연구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자원, 자본 시장, 유통·지적 재산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신흥국의 자본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와 자본 수출에 대해 글로벌 은행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서비스와 경제 성장이 동반관계에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경제 성장은 지금껏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시장 내에서 발달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정부·기업·개인 등 각 경제주체가 미래는 투자할 가치가 있고, 그 투자가 안전하다는 공통된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은행 산업은 도덕성, 지속 가능성, 사회적 가치, 전문성을 확고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미래에 대한 가치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은행이 세계 경제에 가장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믿음을 향한 여정에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