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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면 쪽박’ 경고에도 … “에버랜드 사자” 줄 섰다

중앙일보 2012.03.23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이 주식. 한 주당 가격이 200만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거래되지도 않는다. 앞으로 상장 계획조차 없다.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 주식을 사겠다고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26일 매각 본입찰이 진행되는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둘러싼 ‘미스터리’다.


한국장학재단 10만 주 공개입찰

 한국장학재단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10만6149주(4.25%)의 공개입찰에 ‘수퍼리치’의 관심이 뜨겁다. 22일 매각 주관사인 동양증권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이 증권사 신탁과 사모펀드 방식으로 대거 참여해 입찰 물량을 무난히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물량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인 고 이윤형씨 것으로 2006년 삼성이 8000억원 규모 사회헌납을 발표한 뒤 기부했다. 매각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동양증권 양귀환 M&A팀장(이사)은 “일선 PB(프라이빗뱅커)에서 고액 자산가의 투자가 많다는 소식이 나온다”고 전했다.



 동양증권은 인수의향서를 낸 투자자 중 가격이 높고 수량이 많은 순으로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낙찰 가격은 지난해 말 KCC가 인수했던 182만원을 넘어 2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주목을 받은 것은 개인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식은 비상장 주식인 데다 삼성 가문이나 삼성 계열사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장외시장에서도 유통되는 물량이 없다. 그래도 환금성이 떨어지고 배당도 별로 안 주는 주식에 개인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에버랜드의 잠재 기업가치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라 에버랜드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없다. 실제 에버랜드는 2010년 매출액이 2조원이 넘는 알짜 회사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성장률이 평균 15%에 달한다. 자산가치도 돋보인다.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가지고 있는 데다 경기도 용인 등에 대규모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



 희소가치가 높다는 점도 수퍼리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유통도 안 됐고 극소수만 주식을 보유했다는 점이 일반인이 사기 힘든 ‘명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주식을 보유할 경우 신탁 등을 통해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증여·상속을 염두에 둔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투자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장 다음달에 에버랜드 매각물량이 또 한번 쏟아져 나온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8.6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는 4월 26일까지 에버랜드 지분 3.64%를 처분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는 현재 인수의향자를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정도현 대표는 “환금성을 고려해야 하고, 장기투자에 제한이 있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투자가 쉽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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