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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 미-북 회담과 광명성호 발사 위협

중앙일보 2012.03.22 15:10
" 처음으로 미인을 꽃에 비유한 사람은 천재이지만, 두 번째 다시 같은 말을 한 인간은 바보이다." 18세기 유럽의 전제 정치와 종교적 맹신에 저항했던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명언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29 "영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활동과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임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는 불과 보름 만에 세기의 식언 집단은 미사일(광명성 3호)발사를 공표했다.



일찍이 필자는 "북-미 합의" 운운하는 것을 보고, "미국은 또 한 번 잘 속고, 중국은 속는 줄을 알면서도 대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보이는 구나! 라고 판단했었다. 다시 속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미국, 다시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어야 하는 중국... 한 줌도 안 되는 소설 속 '강성대국'에 놀아나는 이들이 소위 세계를 쟁패하려는 G-2라니 참으로 놀라운 아이러니다. 볼테르가 살아있다면 도대체 한 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속고도 북한과 "합의, 회담" 운운하는 미, 중 양국을 몇 등급의 바보로 자리매김 해 줄지 궁금하다. 아마도 "초록은 동색"이니 속는 척 하는 중국보다도 국제정의의 사도인양 엄숙한 표정을 한 채 속는 미국이 몇 등급 더 아래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북-미 합의 당시에 중국 당국은 "북핵 문제에 큰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환영을 표시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북 합의는 올바른 방향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했고,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미북 비핵화 합의는 北을 움직이려는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 연구소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등의 전문가들은 지난번 합의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장롄구이(張璉 王+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행동은 모두 고도의 외교적 기술로서 과거와 같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얻은 후 모든 선언들을 번복할 수도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과연 당대 중국 최고의 북한전문가 다운 혜안과 중국정부의 눈치를 안보는 학자로서의 용기가 빛난다. 어찌하여 한, 미, 중 대북 핵심라인들은 중국의 한 학자보다도 판단력이 흐린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마도 각기 정권유지와 자국의 국익에만 급급하여 협상대상이 “희대의 외교적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탓일까?



이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의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양측의 발표 내용도 표현과 해석이 달라 얼마든지 ‘오리발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농축우라늄 등 영변 핵활동 유예(moratorium)는 물론, 이의 검증을 위한 IAEA의 사찰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영변우라늄 농축활동을 임시(잠정)중단하고 IAEA의 감시를 허용한다” 고 발표했다.



여기서 2가지 중요한 상이점이자 북한의 전략의도가 숨어있는 내용을 지적해보자.



하나는 바로 핵사찰 부분인데 미국은 “검증과 확인”을 명시하고 있으나, 북한은 다만 “감시를 허용한다”고만 했다. 북한은 과시 및 협상용 부분 만 보여주고 실제 중요한 부분(영변이 아닌 다른 곳의 농축우라늄 시설 등)은 얼마든지 은폐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둘째, 북한은“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이라는 교묘한 조건 절을 붙여 회담이 조금이라도 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하시라도 중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양측이 공히 인정한 “임시(잠정)중단한다”라는 문구는 북한이 “미국의 영양지원(nutritional assistance) 부실이나, 대북제재 문제”를 핑계로 언제든지 협약파기를 선언할 수 있는 시한 폭탄이다. 이쯤 되면 가히 북한은 史記의 “교토삼굴(狡兎三窟 : 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판다)”을 준비해 놓았으니, 미국의 어떠한 전략에도 대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백성의 기아와 김일성 생일(태양절)잔치를 앞에 놓고 어불성설의 강성대국을 허공에 외쳐대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경제지원 획득과 대북 제재 해제가 절체절명의 당면과제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오바마는 이란문제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한 현 상황하에 북한문제라도 우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처럼 해야 오는 대선에서 다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정치적 계산으로 탄생해서“북한의 핵개발 시간 벌기와 경제지원 획득”으로 끝날 어설픈 정치적 게임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렇게 세상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쟁영웅 나플레옹은 “전쟁에서 중요성과 힘의 사이에 존재하는 최대의 요소는 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정도 당했으면 이제 미국도 중국도 더 이상 시간낭비 하며 국제적 불량아에게 농락당하지 말고, “6자회담 무용론”과 “새로운 실효적 대북전략”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은 “핵안보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상정하면 전쟁선포로 간주하겠다”고 공갈 놓고 있다. 이렇게 어린아이 생떼부리듯 헛소리 하는 방자한 태도에 대해서도 이제는 한-미 양국은 “힘의 실체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경우에 투사되는지”를 분명이 알아 듣도록 엄중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 놓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한국의 정상배들도 정치의 계절을 맞아 오로지 정권쟁취를 위해 국가의 안위가 달려있는 ‘대북정책’을 선거에 악용하려는 얄팍한 정략적 책동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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