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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의 ‘여자는 왜’] 비교하지 말라, 해품달 훤은 이 세상에 없으니

중앙일보 2012.03.22 04:26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조현 소설가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저자
드디어 말 많던 ‘해품달’이 끝났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남자들에게 이 드라마는 주기적으로 불어닥치는 토네이도 같았다. 리모컨을 독점하고 로맨스에 심취한 여자들 옆에서 남자들은 긴장하고 이 대재앙이 속히 지나가길 빌어야만 했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남발하는 꽃미남 훤과 비교라도 당할라치면 마음의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아시는지. 드라마 속 ‘남주(남자주인공)’와 비교하는 여자들의 한마디, 당신의 남자에겐 은근히 치명적이다.



 “이보세요, 사춘기가 지났는데도 수염 하나 없이 턱이 미끈한 꽃미남 세자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궁궐에 3중날 면도기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떡해서든 ‘남주’를 깎아내려 보지만 한번 ‘필’이 꽂힌 여자들에겐 별 소용없다. 그 멋진 대사도 훤이 아니라 모두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거라 항변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원작자나 드라마 작가 모두 여성이니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드라마일 뿐이라고 남자는 위안할 뿐이다.



 이쯤 해서 남자들은 궁금하다. 여자들은 훤과 같은 남자가 지구상 어딘가에 서식하고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지. 정말로 믿고 있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물론 여자들 못지않은 남자만의 판타지도 있으니 어느 일방을 탓할 일이 아니긴 하지만, 나와 ‘남주’와의 생뚱맞은 비교는 절대 사양이다. 솔직히 남자들이 리모컨을 포기하는 대가로 유일하게 원하는 게 그거다.



 사실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드라마다. 그것도 ‘해품달’처럼 20부작이 아니라 평생 계속되는 일일연속극이자 대하드라마다. 그 속에서 우린 모두 주연이다. 물론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니 지겨울 때도 있는 거고, 그리하여 ‘드라마 속 드라마’에 필이 꽂힐 때도 있을 테다. 그렇지만 진짜 드라마는 여전히 현실에 있는 거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속으론 좀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자주 당신의 남자를 칭찬해줄 것. 남자라고 왜 눈치가 없겠는가. 그렇지만 빈말인 걸 알아도 헤벌쭉 입을 벌리는 게 남자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가끔은 훤처럼 멋진 모습으로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려주기도 한다. 그게 남자다.



조현 소설가·『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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