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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발전기 모두 고장 때 핵연료 꺼내 참사 날 뻔

중앙일보 2012.03.22 00:41 종합 10면 지면보기
12분간의 고리 1호기 ‘완전 정전’ 사고(2월 9일) 이후 외부 전원은 복구했지만 비상 발전기 두 대가 모두 고장 난 상태에서 원전 운영진이 원자로 안의 핵연료를 꺼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려면 규정상 최소한 외부 전원 1개 라인과 비상 발전기 1대가 가동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고리 1호기 운영자들이 기본 규정을 어기고 작업한 것이다. 자칫 핵연료 교체 중 정전되면 뜨거운 핵연료봉을 냉각하는 데 문제가 생겨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리 1호기 정전사고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창순 위원장은 21일 “사건 은폐자 사법 처리 등 엄중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며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리 1호기는 12일부터 가동 중단 상태에서 원자력안전위의 점검을 받고 있다. 강 위원장은 “완전 정전 때 가동되지 않았던 비상 발전기가 이후 고리 원전 자체 점검 때도 가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완전 정전의 한 원인이었던 발전기 보호장치 시험도 외부 전원 3개 라인 중 2개 라인의 정비가 끝나는 2월 11일 해야 했지만 작업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달 8일로 앞당겨 한 게 화근이 됐다. 사건 은폐는 고리1호기 발전소장 주도로 이뤄졌으며, 원전 운전일지 등에도 정전 사실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원자력안전위는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정전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은 이달 10일이었다고 밝혔다. 11일 사고 내용을 파악해 다음날인 12일 원자력위원회와 지식경제부에 보고했다는 당초 김 사장의 주장과는 차이가 난다. 결국 김 사장이 정전 사고 사실을 듣고도 이틀 뒤에야 정부에 알린 셈이어서 늑장 보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10일 전화로 정전 사고 사실을 들은 건 사실”이라면서 “사장의 얘기는 11일 대면보고를 통해 제대로 보고 받았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24시간 원전 자동감시 시스템을 정비 중인 다른 원전에도 적용토록 하는 등 4개 분야 20개 대책을 내놨다. 강 위원장은 “고리 원전 1호기 폐쇄 계획은 없으며 안전 규정에 맞으면 다시 가동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날 “고리 1호기 비상 발전기를 수습 두 명이 검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규 검사원이 교육 차원에서 수습을 현장에 데리고 간 것뿐”이라고 밝혔다.





고리 원전 사고 조사 결과



- 발전소장 주도로 은폐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한테도 보고 안 해

- 비상 발전기 두 대 가동 불능 상태에서 원자로 핵연료 꺼내

- 자체 점검 때 문제의 비상 발전기 또 먹통



원전 안전 종합 대책



- 24시간 자동감시시스템 정비중인 원전에도 확대 적용

- 원자력안전위에 24시간 감시 시스템 구축

- 고리1호기 비상 발전기 내년 3월까지 교체

- 모든 원전 대상 4월 20일까지 비상 발전기 특별 점검

- 원전 부지별 안전 감시 주재원 20명서 100명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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