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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아님, 실적 없음 … 그런데 교수

중앙일보 2012.03.22 00:10 종합 22면 지면보기
서울시립대 부교수 A씨는 2010년 1월 편입생 선발시험의 출제와 채점을 맡았다. 전공시험 11번 문제의 정답은 통계용어인 ‘등간척도’였다. 하지만 A교수는 ‘등목척도’라고 쓴 답지를 정답으로 처리했다. 자신이 이 문항을 직접 출제했으면서도 엉터리로 채점한 것이다. 오답을 쓴 학생은 A교수의 채점 덕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원래 합격해야 할 지원자 1명이 불합격됐다. 서울시립대 교수들이 채점을 잘못해 2010~2011학년도 편입학 시험에서 탈락해야 할 4명이 최종 합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21일 서울시립대·충북도립대·전남도립대 등 전국 9개 시·도립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시·도립대 운영실태 감사

 감사원은 2010학년도와 2011학년도 서울시립대 편입 전공시험에서 7건의 채점 오류를 확인했다. 채점 잘못으로 불합격자가 합격자로 뒤바뀐 사례는 4건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 교수의 실수로 파악됐다. 합격을 위해 대가가 오간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채점을 잘못한 정도가 심한 부교수와 조교수 총 2명을 징계하라고 서울시립대에 요구했다. 채점 검증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서울시립대엔 ‘주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립대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도 허술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74명의 교수를 새로 뽑았다. 이들 중 58명은 세부적인 연구실적 심사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채용됐다. 2010년엔 박사학위가 없고, 학위를 대신할 연구실적마저 갖추지 못한 사람을 교수로 뽑기도 했다. 감사원은 교직원 공개채용을 부당하게 처리한 교수 2명을 징계하라고 서울시립대에 요구했다.



 전남도립대는 지난해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 209명에게 학점을 줬다가 적발됐다. 출석일수 가운데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성적을 줘선 안 되는데도 학교가 스스로 학칙을 어겼다. 경남도립거창대·경북도립대·충북도립대에서도 같은 문제가 적발됐다. 2010년 1월엔 인천대 조교 1명이 학과 사업비 1026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려 이 중 858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가 감사원에 걸렸다. 감사원은 이 조교를 파면하라고 인천대에 요구했다.



 또 인천대에선 군인·경찰공무원 등의 자녀를 대상으로 사회적 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을 시행하면서 부모의 직급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틈을 활용해 2011학년도에 해병대 대령, 경찰청 경감 등 고위공무원의 자녀가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둔갑해 합격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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