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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편의점 삼각김밥만 먹었더니 몸이…

중앙일보 2012.03.22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김재환 PD
TV에 소개되는 음식점 중에 ‘매운 맛집’이 많은 이유는 뭘까. ‘100% 한우’만 쓴다는 한우 전문점의 말은 믿어도 될까. 값이 싸 서 자주 찾는 편의점 삼각김밥은 과연 안전할까….

88만원 세대의 주식 삼각김밥 … 주재료인 쌀이라도 바꿔봐야죠

먹거리의 불편한 진실 파헤치는 JTBC ‘미각스캔들’ 김재환 PD



 4일 첫 방송한 JTBC ‘미각 스캔들’(일 밤 11시5분)에서 꼬집은 내용들이다. 맛집 관련 프로그램에 직격탄을 날린다. ‘폐식용유로 만든 고깃집 기름장’ 등을 고발하고 나선 ‘먹거리 X-파일’(채널A 금 밤11시)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미각 스캔들’의 김재환 PD를 만났다. 1996년 MBC 공채 PD로 입사, 2002년 독립제작사를 꾸린 그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로 주목을 받았다. 맛집 정보 프로그램들이 돈을 받고 방송해 온 사실을 밝혀냈다. ‘트루맛쇼’의 TV 버전인 ‘미각 스캔들’도 시청자의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다.



 -‘불만제로’ 등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지점은 뭔가.



 “‘불만제로’나 ‘소비자 고발’에서도 식당 관련된 아이템을 많이 다룬다. 위생불량, 원산지 속임 등을 고발하는 것이다. ‘미각 스캔들’은 좀 다르다. 미디어가 유포하는 왜곡된 정보가 가져오는 문제점을 파헤친다. ‘맛집과 미디어’ ‘맛집과 마케팅’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그간 너무 많은 거짓말과 사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타 단골집의 진실’ 편이 그렇다. 음식점 홍보에 동원된 스타들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두고 ‘언제 먹어도 맛있다’고 말한다. 이런 왜곡된 정보가 맛집을 만들어낸다. 물론 ‘나쁜 음식’ 자체에도 날을 세운다. 편의점 음식을 고발하는 실험이 그랬다.



 -편의점 음식으로만 살아보는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편의점 음식을 그냥 점검해보는 수준이라면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를 찍기로 했다. 2주 만에 실험 참가자들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알고 보니 삼각김밥에 첨가제가 엄청 들어가고, 쌀의 질이 나쁘더라.”(※‘슈퍼 사이즈 미’는 미국 다큐감독 모건 스펄록이 한 달 내내 하루 세끼 맥도날드 음식만 먹으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신체를 기록해 2004년 발표한 영화다)



 -업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까지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민이 많다. 삼각김밥으로 밥을 때워야 하는 사람들은 88만원 세대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인데…. 할 수 있는 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방송하는 동안, 편의점 삼각김밥 쌀 만큼은 바꿔보려고 한다.”



 -이런 실험과 고발로 시청자들이 변할까.



 “우리 부모님 세대는 TV에 나오면 다 진짜라고 믿는다.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미디어가 돈을 벌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그릇된 정보가 유통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다행히 ‘트루맛쇼’ 이후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사실, 음식뿐만이 아니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날 알아보고 ‘병원은 언제 다룰 거냐’고 묻더라. 제보할 게 많다고.(웃음) 주제를 점차 넓혀갈 생각이다.”



 -정의감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경험과 분노에서 나온 건가.



 “개인적인 경험, 분노에서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겁이 좀 없다.(웃음) 분명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부조리 상황극 같았으니까. 무엇보다도 조용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컸다. 전국 5대 짬뽕집을 보자. 한 블로거가 재미 삼아 올린 글이 한 일간지를 통해 보도되며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집들이 잘 나가면서, 조용히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팔던 동네 중국집이 죽어나갔다. 그런 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이웃을 좌절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고 싶다.”





JTBC ‘미각 스캔들’에서 살펴보니 …



①편의점 음식으로 한 달 살기




- 간단하고 저렴해 인기가 높은 편의점 음식. 제작진이 한 달간 편의점 삼각김밥·도시락·라면으로만 끼니를 해결했더니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체중이 불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오랫동안 식품개발에 참여해왔던 아베 쓰카사씨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은 원가를 맞추려고 2~3년 정도 묵은 쌀에 찰기와 윤기를 더하기 위해 10여 가지의 첨가제를 섞어 삼각김밥을 만든다며 한국 상황도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스타의 단골 맛집



- TV에 나오는 ‘스타 단골집’은 진짜일까. 대부분 음식점 홍보를 위해 스타들이 동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두 번 들렀을 뿐인 스타를 ‘단골’로 포장해 홍보하는 곳도 많았다.



③산양삼의 비밀



- 인삼보다 3배 가량 높은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다는 산양삼. 방송에 나오는 ‘산양삼을 넣은 보양식’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사포닌 검사 결과 3~4년근 산양삼은 효능이 거의 없었다.



④100% 한우전문점



- 고기·육수 모두 100% 국내산 한우만을 판매한다는 한우전문점. 수입산 갈비탕을 버젓이 내놓고 있었다. 메뉴판에 원산지를 교묘하게 표기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했다. 원산지 혼동표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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