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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메시

중앙일보 2012.03.22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페페 세레르
난 FC 바르셀로나 선수 시절 마라도나와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그때 마라도나는 최고였다. 그를 능가할 선수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소년 시절 스승 세레르의 분석

 그러나 유소년 시절의 메시가 공을 다루고 훈련하는 모습을 봤을 때 난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아이는 마라도나와 비슷하거나 마라도나를 뛰어넘는 선수로 자랄지도 모른다’.



 메시의 기량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FC 바르셀로나에서는 예전부터 크랙(crack)이라는 단어를 썼다. 스페인어로 코카인을 정제한 마약이라는 의미와 빼어난 준마라는 뜻을 지닌 남성명사다. 아주 훌륭한 축구선수를 일컫기도 한다. 요한 크루이프는 ‘혼자서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를 크랙이라고 정의했다. 메시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과거의 요한 크루이프도 크랙이라 불릴 만하지만 메시는 이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그는 골 결정력이 대단하고 반응속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또 경기의 흐름을 읽고 판단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꼭 필요한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축구선수는 매 순간 어디를 향해 어떤 템포로 움직일지, 패스를 할지, 슛을 할지, 돌파를 할지 등등을 결정해야 한다. 메시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메시의 성격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겸손함이다. 가족 전체가 겸손하다. 그래서인지 세계 정상에 오른 지금도 메시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런 겸손함이 지금도 메시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원동력이고, 사생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런 성격이 아니라면 금세 시들었을 것이다.



 만약 길가에서 메시를 마주친다면 그가 축구선수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수더분한 성격이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세계 최고가 된다. 메시의 유일한 단점은, 그 때문에 사비와 이니에스타처럼 빼어난 선수조차 빛을 잃는다는 것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역사상 234골로 클럽 통산 최다골 기록을 세우며 또다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페프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를 농구의 마이클 조던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이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마술사 조던’처럼 메시도 늘 마술 같은 플레이를 펼친다.



 지금도 메시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부터 메시는 다른 선수와 달리 공을 받기 전부터 생각했고, 그 때문에 행동을 실행하는 타이밍도 한 박자 빨랐다. 이건 축구의 기본이지만 프로 선수 중에도 이렇게 못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지만 절대로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성격. 그게 메시다.



<대교시흥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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