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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안 팔린 옷들 자르고 붙여 … 신상품으로 재탄생

중앙일보 2012.03.22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등산용 점퍼와 울 재킷이 만나 독특한 점퍼가 탄생했다.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21일 서울 서초동 강남 사옥에서 새 브랜드 ‘래코드’(RE; CODE)의 출시를 알렸다. 불태워질 운명의 3년차 재고 의류를 100% 수작업으로 해체·조립해 새로운 옷과 소품으로 만들어낸 ‘리디자인 브랜드’다.


외투에 점퍼·재킷이 한 몸
코오롱 새 브랜드 ‘래코드’

여성 체크원피스와 벨벳 재질의 신사 재킷, 가방의 손잡이를 합쳐 벨벳과 모직 원단이 어우러지고 가죽 핸들이 달린 핸드백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코오롱스포츠의 바람막이 점퍼는 ‘시리즈’의 모직 재킷과 짝을 이뤄 양팔과 가슴선까지는 귤색 고어텍스 원단, 아랫부분은 클래식한 갈색 모직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외투로 탈바꿈했다. 폐기될 재료들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브랜드’인 것이다.



 의류회사는 매년 봄·가을에 신상품을 내고, 이전 시즌의 옷은 재고가 되어 상설할인 매장이나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거기서도 팔리지 않은 옷들은 3년째가 되면 브랜드 관리를 위해 소각장으로 보낸다. 코오롱FnC의 20개 의류 브랜드에서만 연간 40억원어치의 옷이 태워진다.



 래코드는 이렇게 버려지는 옷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우선 3년차 옷들을 소매, 팔, 지퍼, 주머니, 옷깃 등으로 각각 해체했다. 이 작업은 서울시가 세운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인 ‘굿윌스토어’에 속한 장애인 직원들에게 일감으로 줬다. 제품 디자인에는 박윤희·박기수·이승예·박진 등 독립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디자인에 따라 공방의 전문 봉제사들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꿰매 옷을 만들었다. 래코드가 이날 공개한 디자인은 100여 종이며 제작 수량은 디자인별로 1~20벌이다.



 손이 많이 간 만큼 가격대는 다소 높다. 티셔츠는 10만원대, 바지는 20만~30만원, 외투는 50만~70만원대다. 명품 의류가 ‘원료’인 옷들은 좀 더 비싸다. 마크 제이콥스 원피스와 가죽 점퍼를 해체·결합해 만든 여성용 재킷은 108만원이다.



 래코드는 4월 중으로 임시 매장을 열어 소비자를 만나고, 하반기에는 정식 매장을 낼 계획이다.



코오롱 FnC부문 한경애 이사는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많은 물량의 옷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후의 책임도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래코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패스트패션이 대세를 이루면서 점점 많은 옷이 폐기되는 현실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래코드에서 나오는 재고는 바자회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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