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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산화는? 발바닥 물집까지 따져보니

중앙일보 2012.03.22 00:00 경제 4면 지면보기


소비자의 물건 구매에 길잡이가 될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21일 첫선을 보였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를 본떠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판으로 만든 것이다. 제품 평가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 소비자의 힘을 키우자는 취지다. 1호 제품은 등산화다. 한국소비자원이 많이 팔리는 5개 브랜드(K2·코오롱스포츠·노스페이스·블랙야크·트렉스타) 10개 제품(일반용 5종, 둘레길용 5종)을 공인된 시험기관에서 평가했다. 그 결과 코오롱스포츠 ‘페더’와 블랙야크 ‘레온’을 추천 제품으로 선정한다고 21일 발표했다.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1호, 대표적 등산화 비교





실험 결과와 제품별 장단점은 지난 1월 문을 연 소비자종합정보망(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를 통해 상세히 공개했다. 평가 잣대엔 미끄러짐에 강한지, 접히는 부분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지(내굴곡성), 바닥창이 쉽게 닳는지(내마모성)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많았던 항목이다. 발에 물집이 잡히거나 살갗이 까지는지를 보기 위해 등산화 치수(크기)도 비교했다. 소비자원 김영신 원장은 “등산화와 관련해 추천 제품, 실험 결과, 구매 가이드 등 총망라된 종합적인 정보를 한눈에 얻을 수 있는 게 컨슈머리포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비교 결과 일반용 등산화라 해도 무게 차이가 컸다. 가장 가벼운 블랙야크 ‘레온’(515g)에 비해 노스페이스 ‘니아’(676g)는 31% 더 무거웠다. 둘레길용 등산화 중 코오롱스포츠 ‘둘레’나 트렉스타 ‘네메시스’는 바닥창을 교체할 수 없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다른 제품은 2만5000~4만원을 들이면 바닥창을 새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또 네메시스와 블랙야크 ‘테리어’는 물이 신발 내부로 스며들어 비 오는 날이나 겨울철 산행 때 신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이용주 시험분석국장은 “등산 유형과 목적, 발 특성에 따라 등산화를 구입할 것”을 강조했다. 바위가 많은 곳에 가느냐, 편안한 산책길에 가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등산화마다 발 사이즈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발 둘레와 발 너비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발이 많이 붓는 저녁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매장 안을 걸어본 뒤 고를 것을 권했다.



 등산화에 이어 2호, 3호 컨슈머리포트도 계속 나온다. 이달 말 유모차에 이어 4월 연금보험·보온병·어린이음료, 5월 프랜차이즈커피·무선주전자, 6월 마스크팩·건전지·헤드폰 순이다. 주로 생활 밀착형이면서 소비자 관심이 많은 소비재 위주로 선정했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것도 이유다. 소비자원의 자체 비교정보 예산이 7억2000만원, 공정위가 소비자 단체에 지원하는 실험 예산이 2억2000만원에 그친다.



 공정위 최무진 소비자정책과장은 “소비자는 냉장고나 자동차처럼 한번 사면 오래 쓰는 제품을 더 신중히 구매하기 마련”이라며 “샘플 구입과 실험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점차 내구재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컨슈머리포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해당 제품을 이용해본 소비자는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에 사용 후기를 남길 수 있다. 등산화의 경우 다음 달 11일까지 올라온 사용 후기 중 40편을 골라 경품도 증정한다. 공정위는 6월부터는 컨슈머리포트에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면 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시장의 주도권을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쥐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크게 떨어지거나, 무늬만 바꿔놓고 제품 값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식의 꼼수를 소비자가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취지엔 전문가도 공감한다.



 동국대 유창조(소비자학) 교수는 “제품 정보가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이 떠돌아다니지만 객관성·진실성이 부족해 소비자는 혼란스럽다”며 “소비자가 필요로 했던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소비문화를 합리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 주도의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기업·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미국 컨슈머리포트와 같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최무진 과장은 “품목 선택과 평가, 제품 추천 등 모든 정보는 소비자원과 소비자 단체가 독립적으로 생산한다”며 “공정위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독립성과 신뢰성은 충분히 확보된다”고 말했다.



 

컨슈머리포트



미국의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연맹(Consumer Union)이 발행하는 온·오프라인 월간지. 유료 독자가 750만 명에 달한다. 광고 없이 회비와 기부, 잡지 판매수입으로 운영된다. 실험용 제품도 일체의 기업 협찬 없이 직접 돈을 내고 구입한다. 컨슈머리포트의 평점과 평가엔 세계적인 기업도 울고 웃는다. 2010년 4월엔 도요타 렉서스가 고속 주행 시 전복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리콜을 이끌어냈다. 2010년 7월엔 애플 아이폰의 안테나 신호 강도를 지적해 스티브 잡스가 휴가 중 긴급회견장에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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