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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한 대주주의 이사 선임…국민연금, 대법 판결 전이라도 반대

중앙일보 2012.03.22 00:00 경제 1면 지면보기
국민연금은 앞으로 지배주주가 횡령이나 배임 등 주주가치를 훼손했을 때는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이라도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등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지금은 지배주주의 배임·횡령이 있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해 이사 선임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1심 판결이 나거나 비자금 차명계좌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검찰 기소 시점부터 반대하기로 했다. 복지부 이형훈 국민연금재정과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의결권 적극 행사하기로

 횡령·배임 등의 행위를 한 지배주주가 그 기업의 이사가 되려고 할 때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다른 계열사의 이사 선임에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과거의 범법행위 전력이 있으면 앞으로 다른 계열사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 마련한 원칙은 주주권익을 침해한 시점부터 3년간 적용한다.



 국민연금의 입장 선회에는 하이닉스 주총 파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달 하이닉스 임시주총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는 안건과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가 ‘중립’ 의견을 낸 데 반발해 위원 2명이 사퇴했었다. 최 회장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앞으로 하이닉스를 비롯해 SK그룹 계열사 이사로 선임되기가 힘들어지게 됐다. 국민연금은 또 지배주주의 횡령이나 배임이 발생한 회사의 이사(사외이사 포함)와 감사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했다. 범법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15일 시행되는 개정 상법의 이사의 책임 감면 조항과 관련, 그 기업의 정관에서 “책임감면 결정을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경우 이사 책임 감면에 찬성하기로 했다. 또 적정한 배당 정책이 있는 기업에 한해 재무제표 승인 주체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로 바꾸는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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