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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잇단 공무집행 방해 … 이건희 회장 호된 질책

중앙일보 2012.03.22 00:00 경제 1면 지면보기
이건희 회장
정부의 정당한 조사를 방해하는 삼성의 행태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엔 휴대전화 가격 조사를 위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도착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이 때문에 4억원의 과징금을 18일 부과받았다.



또 삼성생명은 최근 10년간 세 차례나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방해했다가 제재를 받았다. 특히 2004년엔 사내 e-메일 등 전자문서 6만 건을 폐기하고 전산 프로그램까지 조작했다가 직원 문책과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도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비우도록 하는 등 검사를 방해했다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조사 방해로 공정위 과징금까지 부과받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삼성전자 사내 통신망에는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 “열심히 일해 쌓아올린 이미지가 물거품이 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보다 못한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은 21일 삼성 관련자들을 크게 질책했다고 김순택(63)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전했다. 김 실장도 이날 삼성사장단 회의에서 “정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조사 방해 행위가 혹시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서 삼성 사장들은 “지난해부터 준법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잘못된 인식과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삼성전자 임원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높아지는 기업배싱(기업때리기) 분위기를 감안한 신속한 조치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24일로 경영 복귀 2주년을 맞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간 매년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15조원 이상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영 복귀 후 삼성테크윈의 부정, 담합, 공정위 조사 방해까지 삼성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내부 감사에서 삼성테크윈의 부정부패가 드러나자 “(삼성테크윈이)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삼성그룹 전사에 지금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화를 내고, 당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올 1월에는 삼성전자가 세탁기와 TV 가격을 LG전자와 담합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에는 삼성탈레스가 잠수함 장비 개발사업에서 담합해 과징금 59억9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삼성 계열사들의 공정위 조사 방해는 상습적이라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그룹 전체로는 1998년 이후 여섯 차례, 이 가운데 삼성전자만 2005년, 2008년에 이어 세 차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당시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는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공정사회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법질서를 잘 지키겠다는 대기업 총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실적을 중시하는 삼성 특유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파벌이나 학벌과 관련된 폐단이 적은 대신 경영진이 실적으로만 평가받는 문화”라며 “회사 전체로는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한 면이 있지만 경영진은 실적 챙기기나 공정위 조사 방해를 통해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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