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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뱀, 보석을 삼키다

중앙선데이 2012.03.18 03:46 262호 25면 지면보기
(왼쪽부터)로베르토 코민 드래건 팔찌, 포라티 진주 목걸이, 해리 윈스턴 펜던트 시계와 깃털 장식
(왼쪽부터)카레라 카레라(Carrera y Carrera) 반지, 마제리트(Magerit) 반지, 앙리 제이 실람(Henri J. Sillam) 반지, 스테판 하프너(Setefan Hafner) 아리스토크라티카 반지, 카레라 카레라(Carrera y Carrera) 반지
바젤월드에서는 롤렉스, 오메가나 론진 등이 있는 스워치 그룹, 파텍 필립, IWC 등 최고급 시계회사부터 패션 시계,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가의 시계까지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시계가 전시된다. 주얼리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쇼파드나 그리소고노, 랑송, 미국의 해리 윈스턴, 이탈리아의 가스파리 등 밤톨만큼 큰 보석을 사용하는 회사부터 은이나 스틸 제품 등 최저가의 주얼리까지 선택의 폭은 광범위하다.

스위스 보석·시계 박람회 바젤월드 2012 가 보니

(왼쪽부터) 파텍 필립(Patek Philippe) 드래곤 시계, 다미아니(Damiani) 미모사 드래건 시계, 다미아니(Damiani) 에덴 시계, 불가리(Bulgari)의 시계 세르펜티, 율리스 나르덴(Ulysse Nardin) 드래곤 시계
바젤월드에는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딜러나 유색석, 진주나 산호 등 나석 판매자부터 기계와 재료상, 케이스나 기타 주얼리와 시계 제작에 관련된 모든 산업이 이 전시에 집중돼 있다. 이들에게 바젤월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박람회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시치스(Sicis) 모자이크 주얼리 시계, TTF 목걸이, 마제리트(Magerit) 아틀란티스 컬렉션 반지 지오를랑(Georland) 실크 로드 컬렉션 히말라야 팔찌, 스테판 웹스터(Stephen Webster) 반지, 부셰론(Boucheron) 백조와 흑조 주얼리 시계
용의 해를 맞아 용을 주제로 한 주얼리와 시계는 많은 회사의 주요 신제품으로 등장했다. 이 현상은 지난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계 박람회 SIHH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유럽 주얼리와 시계 제작자들에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까르띠에를 비롯해 스페인의 카레라 카레라,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코인, 팔미에로, 다미아니, 중국의 TTF 등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회사가 지난해 말부터 용을 주제로 내세웠다. 용은 시계에도 장식 모티브로 사용됐다. 파텍 필립, 까르띠에, 율리스 나르덴 같은 최고의 스위스 시계 회사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용이나 용 그림을 시계 다이얼 부분, 혹은 베젤 부분에 삽입했다.

지오를랑(Georland) 정글 퀸 브로치, 라리크(Lalique) 피닉스 목걸이, 스테판 하프너(Setefan Hafner) 바흐 꽃 귀걸이 에르메스(Hermes) 아르소 컬렉션 포켓 시계, 팔미에로(Palmiero) 반지, 쇼파드(Chopard) 임페리얼 투르비옹 다이아몬드 풀 세팅 시계
용과 함께 인기 있는 모티브는 인어·메두사·키메라·피닉스 등 전설 속 인물이나 동물이다. 이들은 큰 목걸이의 중앙에 자리 잡거나 머리핀 부분 장식, 혹은 반지의 옆면과 보석 아랫부분에 완벽한 형상으로 표현됐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하게 제작된 형상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전설 속 주인공을 다룬 회사들은 프랑스의 라리크, 스페인의 마제리트 등 주로 유럽 회사들이다.

용처럼 긴 꼬리를 가진 뱀도 인기였다. 팔찌, 목걸이, 귀걸이에는 물론 불가리처럼 시계에도 모티브로 사용돼 여성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뱀띠 해인 내년의 쇼윈도가 벌써 궁금해질 정도다.

지난 2년간 가장 인기 있던 동물 모티브의 사용은 주춤한 추세다. 대신 아르데코적인 단순한 형태, 기하학적인 선과 면, 그리고 추상적인 느낌을 중시한 제품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 모티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쉐론을 비롯한 많은 회사는 코끼리나 백조와 흑조, 개구리나 학 등 상징적 의미가 있는 동물들을 사용한 주얼리와 워치를 올해의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디올과 해리 윈스턴 같은 회사들은 진짜 새의 깃털을 삽입해 하이 주얼리 워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깃털은 수십 차례 가공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거나 공기에 접촉해도 손상되지 않는다. 해리 윈스턴은 펜던트 주얼리 시계에 깃털을 장식으로 덧붙일 수 있도록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다.

메시카, 스테판 하프너 쥴라, 스타우리노 등은 레이스나 아르누보 스타일의 장식이 사용된 극도로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제품을 선보였다. 주얼리에 잘 사용하지 않던 저가의 루비나 사파이어를 납작하고 넓게 절단해 사용한 컬러풀한 주얼리들은 마치 꽃밭에 널린 꽃과 나비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다. 19세기에 사용되던 다이아몬드 연마 형태인 로즈 커트로 절단된 블랙 다이아몬드는 풍성하게 긴 목걸이나 테니스 팔찌에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함께 대량 사용돼 흑백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남성용 시계 디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남성들이 스스로 꾸미기 시작하면서 개성에 맞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위의 상징이 아닌, 남성용 액세서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검정이나 회색 등의 무채색을 기본으로 하는 시계에 주황색, 녹색, 푸른색 등으로 한눈에 확 띄는 장식요소가 가미되어 색상은 더욱 화려해지고 재료도 풍부해졌다. 베젤 부분에는 다이아몬드나 유색석, 혹은 세라믹을 각지게 깎은 것을 박아 남성 시계에도 반짝이는 효과가 나게 했다. 그 외에도 에르메스는 시계 제작 10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선보였고 스위스 주얼리 회사 쇼파드는 임페리얼 투르비옹 여성 시계를, 샤넬은 프레미에르 워치 제작 25주년을 맞아 프레미에르 플라잉 투르비옹 워치 리미티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시계의 다이얼 사이즈는 커지는 추세였지만 앞으로는 작은 시계가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계와 주얼리의 소비시장은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유명 브랜드의 아주 비싼 고급 제품이나 무명의 아주 싼 제품들은 잘 팔리지만 어중간한 가격의 중저가 브랜드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은 제작회사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세계적 브랜드가 아니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바젤월드 박람회 측은 2013년의 전시공관 확장 플랜을 공개했다.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런던테이트 모던 갤러리, 비트라 하우스 등으로 유명한 건축사무소 헤르초크 앤드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새 플랜은 바젤월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현재 메인 시계관으로 사용되는 홀 1은 한 층이 더 올라가 3개의 층으로 증축될 예정이다. 1층에는 시티라운지, 콘서트 홀 등이 들어가고 2층과 3층에 각 회사 부스가 입점하게 된다. 외관도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 증축 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도 시계관에 입점할 예정이다. 홍콩이나 아시아 국가 회사들의 전시공간은 지금처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시계관 맞은편으로 옮겨진다. 증축과 리모델링이 끝나면 바젤월드는 구름다리와 연결 통로로 이어진 여러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이 공사에는 총 4억3000만 스위스프랑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바젤월드는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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