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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 싶은가 … 집은 가치관의 결정판

중앙선데이 2012.03.18 03:17 262호 9면 지면보기
NHN에서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사옥 건축이었다. ‘그린 팩토리’는 2010년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어워드’에서 5개 부문 본상을 받았다. 웹 공간을 디자인한 그의 종착지가 현실의 건축이었다는 것에 대해 그는 “도구가 다를 뿐 공간 경험이란 면에서는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공간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다. 공간 속에 들어간 사람이 그 일부가 돼 숨쉬고 돌아다니며 느끼는 공감각을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려운 디자인이다.”

그에게는 사무실 디자인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대부분은 “좋은 디자인의 사무실은 없다”며 돌려보낸다. 이유는 그가 강조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애플 사무실도, 구글 사무실도 좋지만 안에 담긴 가치관은 다르다. 사무실 디자인이란 어떻게 일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가치관의 문제다.”

판교에 지은 조수용 대표의 집. 주방과 거실은 하나가 됐고, 서재 대신 서가를 만들었다.
그가 그 “가치관의 결정판”이라고 꼽는 게 바로 집이다. 집을 짓는 것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가치관을 구현하는 것이란 얘기다.

그도 최근 아파트 생활을 접고 판교에 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에게 아파트는 “이미 정해져 있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도 틀에서 벗
어나지 않는다. “원래 그렇게 산다면서 고민 없이 아파트처럼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의 꼬리를 이어 답을 구했고 가치관대로 집을 지었다. “편견 하나 없이 인간미 철철 넘치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관에서 신을 벗고 처음 만나는 공간은 두 아들의 방. 흔히 1층엔 거실·주방을, 2층에 방을 배치하지만 그는 둘을 맞바꿨다. 안방은 침대만으로 꽉 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때만 필요한 방이 클 이유가 없어서”다. 2층의 주방과 거실은 구분 없이 탁 트였다. 주방은 집의 주인공이다. 높은 천장 아래 커다란 오픈 키친을 뒀고, 굳이 따지자면 카페처럼 작은 테이블을 여럿 둔 공간이 거실이다.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인생을 살 것인가” 깊이 고민했다는 그가 ‘식구(食口: 밥을 같이 먹는 사람)’라는 말에 방점을 둔 결과였을 것이다. 소파와 TV 같은 ‘필수품’은 없다.

대신 어느 집에도 없는 것이 있다. 화장실의 남성용 소변기다. “있으면 편하고 좋은데 왜 없을까”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들여놨다. 그리고 테라스와 화장실에 놓인 옅은 회색 ‘크록스’. NHN 시절 “CEO는 옷도 브랜드에 맞춰 입어야 한다”며 당시 최휘영 대표를 데리고 쇼핑에 나섰다는 완벽주의자가 “보통의 고무슬리퍼를 쓸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이다.

그는 구석구석 손 안 닿은 곳 없이 2년을 공들여 집을 지었다. 직접 설계했고, 스위치·전등·선반 등은 출장 다닐 때마다 사 모은 것이다. “집이 가치관의 결정판”이라는 그의 말처럼 조수용의 집은 그의 디자인 가치관을 온전히 보여준다.

“보통 건축가는 덩어리만 만들고 간다. 하지만 집을 구성하는 요소엔 건축·가구·조명·패브릭 등 다양한 것이 있다. 경계 없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느낌의 합을 만드는 디자인, 그게 디자인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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