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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혼자 노래하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2012.03.18 03:03 262호 34면 지면보기
봄이다.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봄이다. 철새들은 멀고도 먼 귀향길에 오른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수천㎞ 여행을 떠난다. 이맘때면 난 조바심이 난다.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지낸 꾀꼬리가 언제 돌아올까 하는 기다림에서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노니는데, 외로울사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扁扁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다. 떠나버린 왕후 치희를 그리워하며 읊은 시다. 꾀꼬리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조용철 칼럼

사람은 누구나 그리움 하나는 가지고 산다. 나에게도 꾀꼬리는 그리움이다. 꾀꼬리를 처음 만난 곳은 국회 의원동산이다. 2005년 어느 봄날 아름다운 새소리에 이끌려 의원동산을 배회했다. 어떤 새가 저렇게 곱고 청아한 소리로 노래 부를까? 하지만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의 노랫말처럼. 젊은 시절 조용필이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을 친견했다. “너는 뭐하는 놈인고?” “가수입니다.” “네가 꾀꼬리로구나. 그게 무슨 말인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꾀꼬리를 찾아보란 말이다.” 꾀꼬리를 찾아 나선 조용필, 꾀꼬리는 찾지 못하고 대중가요를 탄생시켰다. ‘못찾겠다 꾀꼬리’.

나 또한 의원동산을 여러 날 헤맨 끝에 샛노란 꾀꼬리를 발견했다. 곧 사랑에 빠졌다. 녀석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둥지에 접근하자 모습을 드러내 둥지와 먼 곳으로 유인하기도 하고, 전투기가 폭격하듯 머리 위로 날아와 위협했다. 새들은 새끼의 배설물을 물어다 멀리 버리지만 꾀꼬리는 먹어 치웠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꾀꼬리의 지혜와 용기와 사랑이 놀라웠다. 국회를 출입한 4년여 동안 틈틈이 꾀꼬리와 새들을 촬영했다. 그리고 2008년 제헌절 60주년을 맞아 ‘혼자 노래하지 않는 꾀꼬리’ 사진전을 열었다.

꾀꼬리는 여름철새다. 동남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4월이면 돌아온다. 강남 갔던 제비가 삼짇날 고향집으로 돌아오듯 고향을 찾아온다. 서울 여의도동 1번지 국회가 고향인 꾀꼬리도 국회로 돌아온다. 하지만 올해 꾀꼬리가 돌아와 새끼를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매년 둥지를 틀었던 플라타너스와 참나무가 베어지고 그곳에 국회 영빈관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건너편엔 제2 의원회관이 신축 공사 중이다. 자연친화형 연못과 정원도 사라졌다. 그곳에 현재의 의원회관보다 두 배 정도 넓은 새 의원회관이 5월이면 완공된다. 2212억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10층의 새 의원회관과 현 의원회관을 리모델링한다.

국회는 녹지 비율이 높고 나무가 많아 새들의 낙원이었다. 특히 숲이 우거진 의원동산은 꾀꼬리뿐만 아니라 꿩·솔부엉이·파랑새·유리새 등 온갖 새들이 서식했다. 산책하던 장끼가 조각 작품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싸우고, 솔부엉이가 두 눈 껌벅이며 졸고, 꾀꼬리와 온갖 새들이 새끼를 키웠다. 야생의 생명뿐 아니라 시민들의 쉼터이고, 유치원생들의 소풍 명소였다. 하지만 이제 사람과 야생이 상생하던 생명력 넘치던 국회의 모습은 사라졌다. 자연녹지는 줄어들고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를 앞두고 의원동산에 서둘러 영빈관을 준공했다. 41억원 예산을 들여 지은 영빈관은 지금까지 38회 사용했다. 사용 중인 영빈관이나 곧 완공될 제2 의원회관에 대해 여론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이제 시비하는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회는 고향을 찾아올 꾀꼬리와 뭇 생명에 대한 배려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숲을 가꾸고 연못을 만들어 생명이 깃들 수 있는 국회가 되게 해야 한다. 꾀꼬리가 고향에 돌아와 살게 해야 한다.

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 물갈이도 전략공천도 국민에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국민을 존중하고 소통하느냐다. 어느 때보다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하고 절실하다. 19대 국회는 꾀꼬리를 닮은 의원들이 많이 선출되면 좋겠다. 자기 소리만 내지 않고 꾀꼬리처럼 서로 화답하며 소통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가오는 4월엔 국회에서 아름다운 꾀꼬리의 노래를 자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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