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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통의 이중성

중앙선데이 2012.03.18 02:29 262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온라인에서 사생활이 노출되어 곤욕을 치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스스로 유튜브나 개인방송에 나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들도 있다. 노출도 불사하는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일종의 스폰서가 되어 명품이나 엄청난 돈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분도 남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들도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을 확산시키거나 질 낮은 댓글을 쓸 때 부끄럽다는 감정도 못 느낀다. 기계 속 익명성은 거짓말, 과장법, 이야기의 극화(dramatization)에 좋은 토양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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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터넷에 자기 사진을 띄우고 때로는 연예인이나 드라마의 주인공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토플리스 차림으로 잡지에 등장하는 여배우가 된 듯 착각에 빠져 웃통 벗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젊은 여성도 있다. 모니터에 비치는 내 모습이 현실의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 유리된(detached) 감정을 느끼는 면도 있다.

상대로부터 즉각 반응이 오는 대면 소통과 달리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속 자신의 행동은 피드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굳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는 활개를 치면서도 현실에서는 겁 많고 게으른 이들도 적지 않다. 일은 힘들고 위험해 싫고, 연애는 실패할까 시작 못하고, 낯선 환경은 두려워 조롱 속 새처럼 기계에 붙어 있는 것이다. 비루한 현실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온라인에서는 멋지고 인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상화하기도 한다. 실제 낳은 아이는 굶겨 죽이면서 가상의 아이에 대해서는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던 젊은 부부도 있었다.

물론 기계를 통한 소통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숨겨진 창조적 재능을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처럼 온라인에서나마 다른 사람과 만나 외로움과 허무함을 달래는 외톨이와 왕따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행동이나 집단 작업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 긍정적인 공동체 형성에 이용하기도 한다. 웹과 앱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교환되기 때문에 고립되고 정체된 사회에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그 예다.

현실에선 고집 세고 목소리 큰 사람, 감성표현이 뛰어나고 언어구사가 현란한 여성, 권위·힘·지식이 많은 사람이 대화를 대개 주도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서툰 사람, 자기표현이 힘든 남성, 내세울 것 없는 이들도 공평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온라인의 소통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광장)에서 이루어지던 민주적 대화와 토론 이상으로 인류 역사를 바꿔 나가고 있다. 점잖은 사람들의 지루한 위원회에 앉아 고문당하는 것보다는 유머 사이트나 웹툰 같은 것을 보며 낄낄대기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과연 어떤 소통공간과 방식이 우리 행복에 진짜 도움이 될지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바보야, 문제는 재미야”라고 말한다 해도 크게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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