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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난민이론 무장된 나라 국제법 위반 파고들어야”

중앙선데이 2012.03.18 01:27 262호 10면 지면보기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중국의 탈북자 처리 방식에 분노한다. 인도적 관점 없이 북·중 관계만 생각하는 냉혹함을 규탄한다. 국민대 한희원 교수(사진)는 ‘그런 식의 태도를 중국은 냉소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중국은 난민 대국이며 자기 논리로 무장하고 있어 감정적 접근만으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를 15일 만나봤다.

국제인권법 전문가 한희원 교수의 탈북자 문제 중국 대처법

-중국이 왜 냉소하나.
“중국의 탈북자 처우가 확립된 국제 인권법에 맞지 않는 것은 맞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정부는 1951년 스스로 유엔과 체결한 난민협약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의 난민 정책 수준, 탈북자에 대한 국론 분열 현실을 보고 있을 것이란 취지다.
중국은 난민에 대해 정치적·법률적·실천적으로 무장된 나라다. 우리보다 앞서 있다.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상의 집행위원회(ExCom) 의장국도 했고 실천적으로도 베트남·라오스·미얀마로부터 약 28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다. 한국은 난민에 대한 법률, 체계적인 학습, 전문가 등이 부족하다. 한국은 2000년부터 난민협약의 회원국이 됐다. 2008년 5월 말 현재 한국은 76명의 난민만 인정할 만큼 인색하다. 또 탈북자 북송에 대해서도 우리의 의견은 분열돼 있다.”

-중국이 난민 경험이 많다는 것은 의외다.
“월남전 종전 즈음 쏟아진 베트남·라오스·미얀마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바다로 나간 보트피플은 미국 등지로 갔다. 육로로는 중국으로 많이 넘어갔는데 이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그게 28만 명이다. 난민협약 말고도 67년 난민의정서도 비준했다. 또 베이징에 유엔난민기구 사무소 개설을 허용하고 베이징 난민사무소와 95년 난민업무협정을 별도로 체결했다.”

-협약과 탈북자 문제와 연결 고리가 있나.
“난민 업무 협정이 아주 중요하다. 3조는 ‘중국과의 협의 및 협력 하에 유엔난민기구 직원은 그 이행의 모든 단계를 감독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소에서 언제나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이 기구의 직원이 원하면 옌볜이건 접경이건, 대사관이건 어디서든 탈북자와 접근하는 걸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들이 탈북자들을 만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접근을 불허한다면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3조를 탈북자 문제를 해결에 활용하면 되겠다.
“그게 안 된다. 중국 정부는 유독 탈북자에겐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접촉을 원천 봉쇄한다. 임무협정 16조는 일방의 협정 위반에 대해 중재판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베이징 난민기구는 탈북자와의 접견을 허락하지 않아 중재신청을 못하고 있다. 중국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수 있고, 기구의 결정이 강제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난민기구가 주재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어려움도 있다. 이렇게 국내 일부 학자들은 추정한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으로 볼 때 난민기구가 항의한다고 중국이 사무소를 폐쇄하거나 협약에서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까지만 해도 북한 인권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하고 결의할 때 정부는 슬그머니 기권했다. 베이징 난민연락사무소나 유엔 난민기구 본부에 중국 정부의 부당한 탈북자 처우에 대해 국제규범에 맞는 정책을 이행하라고 제대로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적 논리는 무엇인가.
“유엔 난민협약상의 난민이 되려면 인종, 종교, 국적, 사회적 신분, 정치적 의견이라는 5가지 이유 때문에 귀국 시 박해 받을 것이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이런 5가지 요소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려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북자들은 불법 월경자이며 따라서 유엔 난민협약상의 난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에는 경제적 곤궁자라고 했다. 이런 식의 규정은 난민법상 큰 문제인데 우리 정부는 법리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잘 지적하지 못했다.”

-그러면 중국이 다른 나라 난민은 어떻게 처리했나.
“28만 명을 받아들일 때는 일괄 수용했다. 국제 난민법의 대원칙은 ‘대량으로 국경을 넘어 오는 사람들은 개별 심사를 하지 않고 일괄 난민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난민이 아니라고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에 10만 탈북자가 한꺼번에 몰린다고 하자. 거기엔 형사범, 경제적 곤궁자, 사상범이 있을 수 있다. 국제 난민 법리에 따라 전부를 개별심사 없이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심사 없이 10만 명 모두를 일괄해서 난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거부하려면 개별 심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국제인권 NGO 보고서, 미 의회보고서(CRS 리포트) 등에 따르면 중국에 3만~30만 탈북자가 있는데 중국은 전부를 ‘일괄적으로 난민이 아니다’라고 한다. 난민법 대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다.”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탈북자 북송 금지, 난민 수용 등의 요구는 잘못된 것인가.
“단식하고 데모하는 심정은 이해되고 필요하다. 그러나 난민 법리로 무장한 중국의 정책을 변경하기엔 감상적이다. 우리는 탈북자 모두를 난민으로 일괄 인정하라 해도 중국은 못 받아들인다. 현 단계에선 중국에 5가지 요소 중 가능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사회적 신분과 정치적 의견 문제로 탈출한 사람이 있을 테니 이들을 가려내는 심사를 하라는 법적 요구를 하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 이유로 탈북하는 사람도 많다. 보따리장수가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난민이 아니다. 중국은 이런 사례를 들어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사람까지 건드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리한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중국 위상에 맞게 법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유엔 난민기구에도 요구하고 유엔 관련 기구에 결의안 초안도 제출해야 한다.”
(한 교수는 자신이 만든 인권법 초안 12조에 한국 정부에 대해 유엔 난민기구와의 협조를 촉구하는 조항을 넣었다.)

정리=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한희원 교수 검사 출신이다. 서울 고등검찰청, 대검찰청에서 근무했고 춘천지방검찰청 속초 지청장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 시절 북한 문제를 많이 접했다. 현재는 동국대 법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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