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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강 보여주고, 관광객 끌고 … 연어를 풀어라

중앙선데이 2012.03.18 01:23 262호 12면 지면보기
“수온을 맞춘 뒤, 천천히 그릇을 기울여 치어(稚魚)를 놓아 주세요.”
15일 오전 11시,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거족리 삼상교 밑. 대구~부산 고속도로 인근의 밀양강 기슭에 5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알에서 깨어난 지 100일 남짓한 연어 새끼(치어)들을 방류하는 행사를 위해서다. 경남 수산자원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가 길러 이날 놓아 준 치어는 약 10만 마리.

지자체들 연어 치어(稚魚) 방류 경쟁


그동안 수조 속에서 자라온 치어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모천(母川)이 될 강물 속으로 흩어졌다. 이들은 고향인 밀양강의 냄새를 익힌 뒤 5㎞ 아래의 낙동강과 합류하고, 다시 40여㎞를 헤엄쳐 바다로 흘러간다. 그러고는 몇 년간 북태평양을 돌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에 나선다.

같은 날 오후 3시. 울산 신삼호교 밑 태화강변에서도 연어 방류행사가 열렸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연어사업소가 보낸 치어 30만 마리와 경남 민물고기연구센터가 기른 2만여 마리가 방류됐다. 특히 경남 민물고기연구센터가 기른 치어 중에는 지난해 이곳 태화강에서 직접 포획한 연어의 알에서 얻은 새끼 7000마리가 포함돼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은 도심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시민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생태 환경이 개선됐다”며 “올해는 태화강 회귀연어에서 직접 인공부화한 치어를 방류하게 돼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흔히 양양 남대천 등 강원도 동해안 하천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어 방류 사업이 동해 남부를 거쳐 남해안으로 퍼져가고 있다. 내륙 지역인 경남 밀양강은 물론 경남과 전남의 경계인 섬진강변 하동군 화계면에서도 16일 오전 5만 마리의 치어가 방류됐다. 울산·밀양 등 각 지자체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양을 거쳐 수만㎞를 여행하는 대표적인 모천 회귀어 연어가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 환경이 깨끗하게 보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관광자원으로서 널리 알리기에 그만이다. 게다가 고급 어종인 연어의 회귀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산업적인 부가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해안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연어 방류에 나서는 이유다.

바다에서 한참 떨어진 밀양강에 연어를 방류하는 건 언뜻 보기에 이상하다. 하지만 밀양은 연어와 인연이 깊다. 오래전부터 국내 연어 회유지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949년 밀양강에서 10만 개의 연어알을 채란했고, 68년에는 강원도 삼척, 경북 강구와 함께 밀양시 가곡동에 연어 인공부화장이 생겼다. 밀양 인근 어민들은 아직도 어린 시절 연어가 올라오던 때를 기억한다.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리 거족마을에 사는 이용재(51)씨는 “어린 시절 팔뚝만 한 연어를 잡아 회로 먹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양 연어부화장은 83년 사업을 중단했다. 낙동강의 오염이 심해지고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어미 연어의 회귀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어 연구는 강원도 양양으로 근거지가 옮겨갔다.

경남 민물고기연구센터 박경대 소장은 “낙동강 하구둑 인근으로 연어 등이 거슬러 오를 수 있는 물길이 자리를 잡으면서 수년 전부터 연어가 조금씩 관측되는 등 생태계 회복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하구둑에는 완공 당시부터 있었던 2개의 어도 외에 2008년부터는 배의 통과를 위한 통선갑문의 운영방식을 개선해 어류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바꿨다. 박 소장은 “본격적으로 연어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밀양강에서 연어 치어 방류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울산시의 사례도 참고가 됐다.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울산에 연어 치어를 처음 방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70년대 이후 공업화 여파로 오염이 심했던 태화강의 수질을 크게 개선한 뒤 생태계 회복 여부를 보기 위해 시범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2003년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회귀하는 연어의 수는 매년 크게 늘어 최근에는 해마다 600~700마리 수준이다. 2009년에는 회귀한 연어가 태화강 상류에서 자연적으로 알을 낳고 새끼가 자라나 바다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확인되기도 했다. 울산시 항만수산과 안환수 사무관은 "연어가 돌아올 만큼 깨끗하고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는 상징성은 울산 주민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 자원화의 가능성도 크다. 양양 남대천 일대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연어 축제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울산시도 연어의 회귀가 산업도시라는 편견을 벗는 데 도움이 됐다. 울산시는 내친김에 100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연어 인공부화장 등을 포함한 태화강 생태관을 지을 계획이다. 밀양시도 민물고기연구센터의 연어 방류 행사를 적극적으로 거든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이번 방류를 계기로 밀양강 일대 생태계 복원을 기대하며 연어가 다시 돌아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0년대 이후 연어 관련 연구의 본거지인 강원도도 분주하다. 한국수자원관리공단 양양연어사업소는 올해에만 400여 만 마리의 치어를 방류할 계획이다. 삼척 등을 합치면 전국적으로는 700만~800만 마리 정도로 예상된다. 2월 말부터 시작한 치어 방류 사업은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강원도와 양양군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세계연어연구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양양연어사업소를 중심으로 연어 과학관과 각종 연어 가공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양양연어사업소 홍관의 소장은 “30년 가까운 연구가 축적되면서 본격적으로 연어 산업화를 추진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연어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류다. 모천에서 부화한 연어는 태어난 곳 근처에서 1~2개월쯤 지낸 뒤 바다로 나간다. 동해를 거쳐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의 해협들을 통과해 오호츠크해·베링해 등 북태평양 일대를 떠돌며 성장한다. 보통 3~5년 자란 뒤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은 뒤 생을 마친다.

고급 어종인 연어는 산업적 가치도 높다. 하지만 아직 국내산 연어의 어획량은 많이 잡히는 해에도 8만여 마리(약 200t)에 불과해 수요를 맞추기에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대부분은 노르웨이나 칠레산이다. 양양연어사업소 김주경 연구원은 “현재 2000만 마리 안팎인 연간 치어 방류량을 최소한 5000만 마리 수준으로 늘려야 안정적인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매년 치어 방류량만 10억 마리를 웃돈다.

산업 측면 외에도 연어 회귀의 의미는 크다. 경남 민물고기연구센터 박경대 소장은 “연어가 돌아온다는 것은 강의 생태계가 살아 숨쉰다는 뜻”이라며 “밀양강과 낙동강, 섬진강이 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강, 영산강에도 연어가 못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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