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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LIFE] 내 아이가 학교폭력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앙일보 2012.03.15 05:00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 지 보름. 공부보다 더 걱정인 게 아이들 또래 관계다. 집단따돌림 등 학교폭력으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폭력 상황에 부닥쳤을 때 취해야 할 부모의 대처 요령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알아봤다.


가해자 찾아 단호하고 엄하게 경고해야

이지영 기자

도움말=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소장,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및 학습발달연구소 원장, 손병일 서울 고척중 교사



자녀가 중학생 이상이라면 경찰 신고 고려를



초등생 아이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맞고 다니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면 부모가 직접 가해자 아이들을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 ‘어떻게 말하지?’ ‘극성 엄마로 보이면 어쩌지?’ 등으로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 내 아이에게 매우 큰 위기상황인 만큼 부모가 다른 부모나 교사 등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재빨리 나서란 것이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잘 지내라”고 타이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에게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학교 교문 앞에서 가해자 아이를 기다렸다 만나 “다시 한번 그런 일을 하면,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테니 각오해라”는 식으로 단호하고 엄한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 이때 “이제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절대 금물이다. 가해자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려고 장난한 것”이라며 변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하고 친하게 지내지 마. 네가 좋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 옆에 와도 이 시간 이후로는 무조건 괴롭히는 걸로 간주할 거다”가 폭력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또 “내가 한 말이 기분 나쁘면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야기해. 난 언제든지 너희 엄마와 얘기할 용의가 있어”라고 밝혀 피해자 입장이 떳떳하다는 것을 드러내라. 혹 가해자 부모가 “우리 아이를 협박했다”며 따지고들 수도 있으므로, 대화 내용을 녹음해 둘 필요도 있다.



 내 아이가 가해자인 경우에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와 무엇이 잘못인지 충분히 대화한 뒤 함께 피해자와 그 부모를 만나 사과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 때문에 머리 숙이는 것을 보며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또 ‘저 아이(피해자)에게 부모가 계셨구나’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가 중학생 이상이라면 부모가 전면에 나서지 말고, 학교나 경찰 등 전문 기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부모가 가해자 아이를 직접 만나거나 상대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면 갈등이 커지는 게 보통이다. 우리 아이가 폭력 피해자라는 증거나 진술을 모으는 작업도 전문 기관이 주관해야 법적 효력이 있다.



“학교폭력 끼어 들지 마” 방관 가르쳐선 안 돼



아이가 “엄마, 우리 반에 괴롭힘당하는 애가 있어”라고 말할 때, 남 얘기 듣듯 해선 안 된다. 많은 부모가 그 상황에서 “너는 절대 괴롭히지 마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 상황에 절대 개입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골치아픈 일에 자기 아이가 끼어드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실제 아이가 이런 말을 꺼냈다면, 이는 아이의 친구 상황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부모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알리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해 남 일인 척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상관하지 마라”고 한다면 아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게 된다. 문제 상황을 조기에 발견해 해결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담임교사에게 알리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설사 내 아이가 진짜 방관자라 하더라도 부모가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에선 방관자도 피해자다.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언제 내가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폭력의 방관자를 방어자로 만드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폭력 상황을 말릴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참아”“말로 하자”“멈춰”라며 중재하는 법을 가르치고 연습시켜라. 한 교실에 방어자가 세 명만 있어도 집단따돌림 등 학교폭력은 발을 못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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