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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New] 석촌호수

중앙일보 2012.03.15 04:00 2면 지면보기
‘송파나루와 장터’의 옛날 모습을 담은 그림. [송파문화원 제공]


3월의 어느 날 오후.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느끼고 싶어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석촌호수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 도심의 유일한 호수다. 송파나루 공원이라고도 하는데 조깅코스와 산책로를 갖춰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강 본류에 ‘송파나루’ 있던 곳 … 삼남지방 잇는 교통 중심지



이날 석촌호수에 갔을 때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조깅하는 사람, 점심식사 후 산책을 나온 사람,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아기의 모습까지. 저마다 공원을 찾은 목적은 달랐지만, 봄향기를 느끼고 있는 것 하나만큼은 닮아있었다.



3.2km 공원 산책로에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2.5km 정도 되는 조경로에는 벚나무와 수양버들·플라타너스가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꽃비를 맞을 수 있고, 여름에는 숲 그늘과 호수에서 부는 바람으로 시원하게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이다. 가을에 물드는 단풍은 호수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서호와 연결되는 노천공연장 ‘서울놀이마당’에서는 주말이면 탈춤이나 판소리·사물놀이·농악·마당극 같은 전통민속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석촌호수 동호 남단 서쪽은 예전 ‘송파나루’가 있었던 곳이다. 본래 이곳은 한강의 본류였다. 옛날 잠실 쪽 한강에는 토사가 쌓여 형성된 부리도(浮里島)라는 섬이 있었는데 부리도를 중심으로 남쪽 물길과 북쪽 물길, 즉 송파강과 신천강을 이루는 샛강이 흘렀다. 1971년 4월 부리도의 북쪽 물길을 넓히고 남쪽 물길을 폐쇄하는 등 섬을 육지화하는 대공사가 시작되기 전 일이다.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한강의 물줄기는 바뀌었다. 섬이었던 잠실을 육지로 만들어 도시화했고, 상습적인 강물 범람 지역에 제방을 쌓아 물줄기를 직선화했다. 퇴적물이 더 쌓이는 것을 막으면서 홍수 재난까지 피할 수 있었다. 그때 폐쇄한 남쪽 물길을 남겨놓았다가 1980년대 초 호수공원으로 정비한 게 석촌호수다.



송파나루는 서울과 남한산성·광나루에서 약 5km씩 떨어져 있던 교통 중심지였다. 경기도 광주의 읍치(읍소재지)가 남한산성으로 옮겨진 1636년 병자호란 직후부터 서울과 삼남 지방, 경기도 광주, 강원도를 잇는 중요한 나루터가 됐다. 땔나무와 담배·쌀·숯·소·곡식·채소·어물 등을 서울에 공급했다. 이곳을 거쳐간 물건이 많아 ‘임금님께 진상하는 꿀병도 송파를 거친다’는 속담이 생겼을 정도다. 당시 송파는 나루터보다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더 컸는데 송파장은 조선시대 전국 10대 상설시장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1925년 을축년에 있었던 대홍수와 광진교 신축으로 배 없이도 서울 통행이 쉬워지는 등 교통이 발달하면서 송파의 시장기능은 쇠퇴했다. 나루터는 1960년대까지 뚝섬과 송파를 잇는 정기선이 운항돼 그 명맥을 유지했으나 1960년대 말 강남 지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샛강 매립과 교량 건설로 인해 나루터 기능까지 잃게 되었다.



석촌호수 동호 남쪽 언덕에 오르면 송호정(松湖亭)이라는 정자가 있고, 부근에 송파나루 유래에 관한 내용을 새긴 ‘송파나루터(松坡津址)’ 비석이 있다. 과거 이곳이 나루였다는 흔적을 간직한 비석이다. 하지만 송파대로변에 있어 그곳에 비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날도 ‘지금의 석촌호수가 있기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석이 산책로나 조경로에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석촌호수를 거닐 때마다 인근 놀이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송파나루가 있던 그 옛날에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멱을 감지는 않았을까. 동네 꼬마들이 뛰어 놀던 한강이 지금의 놀이공원으로 이어져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송파장은 가락동농수산물시장으로 이어져 전국 농수산물이 이곳을 거쳐가고, 송파나루는 교통 중심지인 지금의 잠실로 이어져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듯 느껴진다.



글=김혜경 (송파문화원 문화해설사)



김혜경 송파문화원 문화해설사



김혜경(44)씨는 2010년 송파문화원 박물관대학 수료 후 심화과정을 거쳐 송파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엔 국립중앙박물관 주부박물관대학 수료 후 멘토아카데미를 거쳐 멘토교사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같은 해 국립민속박물관회 전통문화지도사 양성과정을 수료했고, 다음달 문을 여는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해설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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