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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사 사건 지휘’ 공방 … 검·경 수사권 갈등 점입가경

중앙일보 2012.03.15 00:43 종합 6면 지면보기
경찰 내사(內査) 사건에 대해 검찰 지휘가 가능하도록 한 개정 ‘검찰사건사무규칙’이 검찰·경찰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사 사건도 검찰이 지휘’ … 바뀐 검찰규칙 새 불씨

 법무부는 개정 검찰사건사무규칙이 법제처 심사를 통과해 15일 관보에 게재된다고 14일 밝혔다.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관보에 게재되는 것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한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해당 규칙 143조 2항이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경찰)로부터 범죄인지서가 작성되지 않은 사건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제출받은 때 이를 ‘수사사건’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측은 “경찰 내사 사건은 사건번호가 붙지 않기 때문에 ‘수사사건’ 조항을 신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정식으로 입건하지 않고 내사한 사건도 관리할 필요성이 있어 ‘수제(首題) OOOO호’ 등 번호를 붙인 뒤 ‘수사사건’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범죄인지서가 작성(입건)된 사건은 ‘형제(刑題) OOOO호’라는 사건번호가 붙는다. 외견상 행정절차를 만든 것에 불과하지만, 검찰이 경찰 내사 사건에 대한 처리 조항을 만든 것은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이 불거진 뒤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은 경찰의 내사 범위를 정보수집·탐문으로 제한하되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분기별로 요지와 목록만 제출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돼 있는 만큼 내사 사건이라 해도 국민인권에 영향을 주거나 경찰이 범죄사실을 인지해 ‘수사단계’라고 검사가 판단하면 지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새로 도입된 ‘수사사건’ 개념이 경찰의 내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지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법무부령에 불과하고 법률에 없는 개념”이라며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경찰 내사 사건까지 지휘하려는 시도’라고 그 부당성을 충분히 알렸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이 정상적으로 내사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지휘를 하려고 할 경우 그 지휘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규칙 개정에 대해 법제처 측은 “검경 양측이 ‘수사사건’ 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의 해석이 달라 향후 규칙 시행 과정에서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현 기자





◆내사(內査)=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범죄 혐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정보수집이나 탐문, 관련자 조사 등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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