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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 업종 자영업자 “삼성카드 안 받겠다”

중앙일보 2012.03.15 00:40 종합 8면 지면보기
200만 자영업자가 이번엔 삼성카드를 정조준했다. ‘유권자시민행동’(시민행동)은 14일 “대기업에 대한 수수료 특혜를 없애라”며 “이를 거부하면 다음 달 1일부터 삼성카드를 상대로 불매운동과 결제 거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흥주점·귀금속점 등 60여 개 업종으로 이뤄진 이 단체는 지난달 초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대상으로 결제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대기업 특혜 수수료 안 없애면 내달부터 결제 거부”

 신한카드에 대한 실력 행사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시민행동 측은 지난달 6일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를 낮추지 않으면 20일부터 결제 거부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주장했다. 실제 결제 거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즈음 국회 정무위원회가 “영세 자영업자들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통과시키면서다.



 시민행동이 이번에 문제 삼은 것은 삼성카드가 대기업에 적용하는 ‘수수료 특혜’다. 시민행동은 “삼성카드가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코리아’에만 유독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트코와 독점 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결제 대금의 0.7%만 수수료로 받는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수수료율 2.7~4.5%보다 크게 낮은 것은 물론 대개 1.5% 안팎인 다른 대형마트 수수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삼성카드 측은 “코스트코 고객을 통한 카드 회원 유치 효과가 크고 결제 대금도 다른 가맹점보다 훨씬 늦게 지급한다”며 “수수료가 낮아도 손해가 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 엄태규 행정실장은 “대기업에 낮은 수수료를 적용해 손해가 나면 이를 자영업자에 받는 수수료로 메우는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이 계속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불매 운동의 ‘진짜 목적’이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 여전법 국회 통과에 따라 앞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게 돼 있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압박용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금융위원회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시점을 앞당기고 유흥업소 등 일부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에서 제외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금융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최근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대기업 배싱(때리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점유율 기준 업계 4위(2011년 3분기 현재)인 삼성카드를 굳이 타깃으로 삼은 것도 삼성이 대표적 재벌 그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민행동 오호석 대표는 “이번 불매운동은 대기업과의 전면전이다. 삼성을 타깃으로 한 건 대기업의 대표 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실력 행사가 관행처럼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딴지’를 건다면 우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할인 혜택에 대해서도 ‘특정 가맹점 특혜니 없애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법 통과로)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는 나라에서 이젠 ‘떼법’이 수수료율을 정하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숭실대 경제학과 조성봉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여론에 민감한 선거철에는 이익단체들이 저마다 실력 행사에 나서기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정치권이 이익단체에 휘둘려 이를 정책·법안 등에 반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유권자시민행동=지난해 6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한국학원총연합회를 포함한 직능소상공인단체와 나눔과기쁨·한국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참여해 만든 단체. 학원·유흥업소·귀금속점 등 60여 개 업종의 200만 자영업자가 소속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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