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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의 경고 … 정치개혁 없으면 문혁 온다

중앙일보 2012.03.15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14일 중국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개혁·개방을 위해 마지막 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분투하겠다.”


개혁전진 (改革前進) - 전인대 폐막날 밝힌 국정방향

 원자바오(溫家寶·70) 중국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임기를 1년여 앞둔 노 총리가 절규하듯 개혁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그는 “정치체제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체제 개혁의 성과를 잃어버리고 문화대혁명(문혁·1966~76년)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3시간여 걸친 회견에서 스스로를 늙은 말(老馬)이라고 했다.



원 총리는 왕리쥔(王立軍) 충칭(重慶)시 부시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에 대해 “충칭시 당 위원회와 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왕리쥔 상사인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총리가 이날 밝힌 개혁은 정치개혁으로 압축된다. 우선 법치(法治)다. 원 총리는 당에 권력이 과다하게 집중되는 바람에 법에 따른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이날 정치국 상무위원회(위원 9명)와 정치국(위원 25명) 체제로 돼 있는 당의 영도(지도)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한 점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당 정치국은 사회주의 정치체제에서 이른바 ‘민주적 중앙집권제’의 핵이다.



그는 검찰과 사법부 독립, 민주선거 제도 확산, 부패척결을 위한 공직자 재산공개, 정부 재정 공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가 이날 정치개혁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중국 권력의 양대 파벌인 태자당(太子黨)과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에 소속되지 않은 무당파라는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태자당은 공산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 자녀 출신 정치세력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청단 계열로는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와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이 있다.



 원 총리는 2003년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후임에 올랐다. 어떤 세력에도 좌우되지 않고 국정을 돌봐야 한다는 주 전 총리의 주장을 당 지도부가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 만큼 그는 양대 파벌에서 자유롭다. 반면 정책 결정을 위한 당내 조율과 지지 면에선 약하다. 지난해 미얀마 방문 때 개혁 문제를 언급한 원 총리가 일정을 하루 단축해 귀국한 것을 두고 당내 합의가 되지 않은 개혁 문제를 해외에서 얘기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특히 공산당이 헌법 위에 있어야 한다는 당 우위 원칙을 굽히지 않는 보수파는 검찰 및 사법부 독립과 직접 선거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보수파는 지난해 원 총리가 다롄(大連)에서 열린 여름 다보스 포럼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자 “원 총리의 부인과 자녀들이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원 총리는 직접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서민들을 만나 눈물을 자주 흘려 ‘눈물 총리’로 불리는 원 총리다. 10년 넘은 외투와 운동화를 신고 현장으로 달려가 ‘서민 총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원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강조한 것은 ‘인민의 93.3%가 개혁을 지지한다’는 12일 환구시보(環球時報) 여론조사 결과를 비롯한 여론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태자당=중국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정치 계파. 태자당의 좌장은 쩡산(曾山) 전 내정부장의 아들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다. 시진핑(習近平)·보시라이(薄熙來)·위정성(兪正聲) 등이 실세 로 분류된다.



◆공청단=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에서 요직을 거친 당 간부 그룹. 덩샤오핑(鄧小平)이 장쩌민(江澤民)의 후계자로 발탁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좌장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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