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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부실수사, 부담 안은 검찰 … 결국 특검 가나

중앙일보 2012.03.15 00:20 종합 16면 지면보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에서 고발할 경우 수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4일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는 만큼 먼저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다음 국회에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검찰 재수사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고발하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수다.


[사건 추적] 2008년 총리실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여부 촉각

 이 사건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민간인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적으로 조사하면서 불거졌다.





총리실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이 관련자를 기소유예 처분 하자 김씨가 이에 불복해 2009년 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청와대 관여 의혹도 제기됐다. 경북 포항 출신의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불법 사찰의 실무지휘자로 지목됐고,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이강덕 청와대 공직기강팀장(현 서울지방경찰청장),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렸지만 총리실 직원 7명만 기소했을 뿐 청와대 관여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안이 다시 부각된 것은 당시 총리실 컴퓨터들을 파기한 혐의(증거인멸)로 기소됐던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이 이달 초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컴퓨터를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최근에는 “캐시(현금)가 필요하면 주고, 취업이 필요하면 현대차에 취업시켜주겠다” “폭로하면 나만 죽는 것이 아니며,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하다” 등의 최 전 행정관 대화 녹음 내용까지 공개됐다.



장 전 주무관은 14일에도 “당시 이영호 비서관 측에서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줬다” “총리실이 특수활동비 400만원 중 28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했다”며 폭로전을 이어나갔다. 그는 “컴퓨터를 파기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오자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 파기의 진범이 규명되면 형이 감면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한 걸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재수사에 나서는 것보다는 고소나 고발에 따른 재수사가 모양새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고발 경고’만 계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고발 후 주도권을 검찰에 빼앗기느니, 고발 없이 정치공세를 취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수사가 이뤄진다 해도 최 행정관이 “나 혼자 벌인 일”이라고 주장할 경우 윗선 개입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결국 19대 국회에서 특검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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