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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사람, 돈 걸 사람 모집…폭력 부추기는 맞짱 카페

중앙일보 2012.03.15 00:18 종합 17면 지면보기
대구광역시 모 중학교 1학년인 A군(13)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일명 ‘찐따·셔틀’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지난해 9월. 한 달 전쯤인 2011년 8월, 같은 초등학교 ‘학교짱’과 ‘반짱’이었던 윤모(13)군 등 2명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부터다. 윤군 등은 격투경기에서 본 헤드록·초크(목 조르기) 같은 기술을 A군에게 가르친 뒤 다른 친구와 싸우게 했다. 머뭇거리면 “바보 같은 놈” “넌 싸워도 못 이기지?” 하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수차례 맞기만 하던 A군은 결국 싸움을 잘하기 위해 회원이 됐다.


사이버수사대 7곳 폐쇄 조치
충남·인천 중3, 부천서 싸움
돈 뜯기 술 사기 노하우도 전수

 내용은 ‘선빵(선제공격)을 날려라’ ‘유리컵·의자 등을 집어던져라’ 등 폭력적이었다. 카페를 통해 싸움을 배우던 A군은 실력 검증을 위해 실전 싸움에 나선다. 친구와 후배,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학생까지 모두 14차례를 싸웠다. A군의 초등학교 담임은 “1학기 땐 반성문 한 장 쓰지 않았던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학생이 카페에 가입한 뒤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게시판에 일기체로 경험담까지 털어놓으며 활동했던 A군은 중학교에 진학해선 교사에게 욕설까지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싸움 기술이나 술·담배를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맞짱카페’가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국적으로 5969개의 카페를 적발해 이 중 학교폭력과 관계 있는 7곳을 폐쇄 조치했으며, 카페 운영자와 폭력을 휘두른 청소년 등 8명을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이 싸움 카페를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터클럽’ ‘개싸움’ ‘대한민국 일진’ 등의 이름으로 운영된 카페는 ‘싸움 노하우’ ‘삥 뜯는(금품 등 갈취) 방법’ 등을 알려주겠다거나 ‘싸움은 실전이 도움 된다’며 폭력을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4일 오후 11시쯤엔 경기도 부천시의 한 공원에서 충남에서 올라온 P군(15·중3)과 인천 출신 C군(15·중3)이 싸움을 벌였다. 카페 운영자가 지난해 9월 “싸우고 싶은 사람, 돈 걸고 싶은 사람, 도박하고 싶은 사람 번호 남겨주시고 모임 따로 모집 중”이라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이들은 이 카페 ‘파이터’ 난에 신청한 뒤 서로 댓글을 통해 욕설을 주고받다 이날 직접 만나 싸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술·담배 뚫는(구입) 방법도 소개됐다. ▶청소년이 교복처럼 입는 ‘노페’는 벗고 갈 것 ▶주민증 빌리거나 나이 들어 보이는 친구 활용할 것 ▶주변 할머니·할아버지께 부탁할 것 등이다. 국승인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돈을 걸고 파이터를 신청하라’는 글도 있었으나 실제 돈은 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담치료 및 봉사활동, 선도 프로그램을 통해 반성할 경우 훈방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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