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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땐 버스 타라면서 승용차 혜택 주는 교통정책

중앙일보 2012.03.15 00:14 종합 18면 지면보기
회사원 안종일(34)씨는 몇 년 전부터 매일 경기도 분당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퇴근이 늦고 업무상 차가 필요할 때가 많아서다. 하지만 치솟는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도 부담스러워 버스나 지하철 이용을 고려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해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출퇴근 자가용에 대해 통행료를 최대 50%까지 깎아주기로 하자 계속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맘을 굳혔다. 그는 “1000원인 통행료를 500원만 내면 돼 종전보다 한 달에 2만원가량 절약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행료 원칙 없어 체증 불러
외국선 피크타임 때 돈 더 받아

 정부가 시행 중인 고속도로 요금·통행정책이 모순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통행료 할인으로 사실상 자가용 이용을 권장하는가 하면, 한편으론 버스를 많이 타라는 취지로 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시작한 출퇴근 시간대 통행료 할인 제도다. 이 정책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통행료를 깎아줘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자칫 자가용 이용을 권장하는 부작용이 있는 데다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토해양부 내부에서도 “대중교통 육성 취지에 어긋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3인 이상 승차한 차량에 대해서만 50%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에는 이러한 제한까지 없애고 모든 자가용과 10t 미만 화물차까지로 할인 대상을 확대했다.



 역시 2008년 경부고속도로 오산IC~한남대교 남단 구간에 도입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는 자가용 통행료 할인 정책과 모순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버스전용차로가 버스 소통을 원할하게 해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린다는 취지인 반면, 통행료 할인은 자가용 이용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토부가 지난해 말부터 고속도로 통행량을 줄이겠다며 새로 도입한 주말 통행료 5% 할증 제도도 비난을 사고 있다. 거스름돈 준비가 번거로운 데다 5% 할증으로는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본지 3월 12일자 19면>



 전문가들은 정부의 교통정책 목표나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교통정책의 최우선 목표에 맞춰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출퇴근 할인제는 교통정책을 정치 논리로 풀려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연구실장도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피크타임 때 오히려 통행료를 올려 받는 방식으로 교통량을 분산시킨다”며 “해외처럼 할증 폭 조정과 시간대별 요금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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