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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판 148㎞, 그래서 박찬호

중앙일보 2012.03.15 00:00 종합 25면 지면보기
18년 만에 고국 무대를 밟은 박찬호가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추운 날씨 탓인지 박찬호는 2.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인천=뉴시스]


한낮 기온 섭씨 5.4도, 체감온도 1.5도까지 내려간 14일. 인천 문학구장엔 500여 명의 프로야구 팬들이 몰려들었다. 비공개 평가전이었지만 추운 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홈팀 SK는 출입문을 열었다.

SK 상대로 18년 만의 국내 무대



 한화의 1회 말 수비가 시작되자 팬들은 커다란 환호성을 질렀다. 한화 선발 박찬호(39)는 주심에게 모자를 벗어 공손하게 인사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한양대 3학년이던 1994년 미국(LA 다저스)으로 떠났던 그가 1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던지는 첫 경기였다.



 박찬호는 베스트 라인업을 내세운 강호 SK를 맞아 고전했다. 1번 정근우와 2번 임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3번 최정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첫 실점했다. 정상호와 박정권을 땅볼 처리한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왔다. 실점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박찬호에게 팬들은 격려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는 2회 피치를 올렸다. SK 타자들이 변화구는 대부분 커트해 내자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꿨다. 투아웃에서 박진만을 삼진으로 잡아낼 때 전광판에 이날 최고인 시속 148㎞(SK 전력분석팀 측정은 145㎞)가 찍혔다.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박찬호는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던졌다.



 박찬호는 3회 위기를 맞았다. 9번 김재현과 1번 정근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임훈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최정에게 다시 안타를 맞아 3점째를 내줬다.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박찬호는 “계속 던지겠다”고 말했다. 정상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목표한 투구수 60개를 넘기고 나서야 브라이언 배스와 교체됐다.



 배스가 후속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아 박찬호의 실점은 더 늘어났다. 2와 3분의 2이닝 동안 62개를 던지며 5피안타·1볼넷·4실점을 기록했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자 두 팀은 6회 말을 끝내고 경기를 중단했다. 한화의 1-6 패, 박찬호는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 뒤 박찬호는 “전력으로 던졌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져 피칭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강한 SK 타자들을 상대해본 점은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박찬호가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던데 거짓말이었다. 좋은 투구를 했다”고 칭찬했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박찬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국내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진다는 게 감격스러웠다”는 말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날은 추웠지만 팬들의 응원열기는 뜨거웠고,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박찬호의 열망은 더 뜨거웠다.



인천=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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