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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R&D는 미래복지다

중앙일보 2012.03.15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131년 전통을 지닌 카메라 필름의 제왕기업 코닥(KODAK)이 지난 1월 부도 사태를 맞았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는 미국 필름시장의 90%까지 장악하면서 1981년에 이미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던 회사다. 대한민국의 수출 총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온 국민이 큰 기념식을 열었던 때가 77년이었으니 당시의 코닥이 지녔던 경제적 가치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랬던 코닥이 왜 망했을까?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부도로 몰락하게 된 기업의 최고책임자가 항상 갖게 되는 가장 큰 의문은 “잘나가던 때와 다르게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한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에서 전통과 관행을 고집하며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살아남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는 생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찰스 다윈은 ‘적자생존 이론’을 통해 살아남는 생물종은 제일 힘이 세거나 가장 두뇌가 발달한 경우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임을 밝혔다.



 그러면 인류 사회는 무엇에 의해 변화하고 있을까?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은 약 10만 년 전의 일이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인류는 아주 천천히 발전해 왔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를 거쳐 인류가 철기시대로 진입한 것은 기껏해야 3000여 년 전 일이다.



 한반도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철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이는 2000년도 안 된 가까운 역사다. 이토록 천천히 변화해 오던 인류는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세기는 혁신의 시대였다.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의 폭은 급속도로 넓어졌고, 그와 동시에 개발된 다양한 기술 덕에 인류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전기·자동차·항공기, 그리고 컴퓨터 등이 모두 지난 세기에 나타난 것이다.



 21세기는 더 빨라진 혁신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그야말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오늘의 스마트폰에 의한 사회 변화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앞으로 5년 후는 또 어떻게 될지 어느 누구도 확답하기 어렵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이끄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이 변혁 속에서 대한민국은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발전전략이 아니고 생존전략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동시에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해 품격 있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미래복지다.



 우리 정부의 R&D 예산은 2008년 11조원에서 그간 매년 늘어나 올해에는 16조원을 상회한다. 이 같은 증가율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것이기에 외국의 과학기술자들도 모두 부러워하고 있다. 국민이 땀 흘려 모은 세금으로 제공되는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은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당연한 책무다. 이를 위해 우리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것 역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혁신이다. 21세기에 일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간의 물리·화학, 혹은 전기 같은 전통적인 분야들이 서로 협력하는 소위 융합과학기술이 새로운 가치와 지식 그리고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이러한 융합기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산업체·대학·연구소들이 서로 개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각각의 전문분야별로 나뉘어 일하고 있는 연구기관 사이에 인력과 지식, 그리고 정보 등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새로운 체제 정립이 시급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너무나 잘해 왔지만 그간의 전통과 관습, 사고방식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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