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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아우토반서 무시 당해…정신 번쩍 들어 빠른 차 개발 착수

중앙일보 2012.03.15 00:00 경제 7면 지면보기
가나모리 요시히코 수석 엔지니어(CE)가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뉴 제너레이션 GS’ 국내 출시 발표회에 나타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렉서스의 GS시리즈는 1993년 고성능 스포츠 세단을 추구하며 처음 출시됐다. 동급 경쟁 브랜드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를 꼽는다. 하지만 ‘부드러운 주행성’이라는 렉서스의 캐릭터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다. 렉서스의 최고급 차량인 LS시리즈의 아성에도 밀렸다. 4세대 GS시리즈가 지난 12일 국내에 출시됐다. 그런데 ‘선수’의 모습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째로 바뀌었다. “기존 GS시리즈의 도전정신만 계승했다”는 말이 출시 발표회장(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오갈 정도다. 이날 현장에서 GS의 개발 총괄자 가나모리 요시히코(52) 수석 엔지니어(CE)를 만났다. GS의 모든 변화는 그가 직접 겪은 한 에피소드에서 발단이 됐다.


4세대 GS 개발 도요타 가나모리 수석 엔지니어

 “구형 GS를 타고 앞차를 추월하려는데 비켜주지 않더라고요.”



 2007년 가나모리 CE가 독일 출장 중에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달릴 때였다. 제한 속도 없이 마구 달리다가 성능 좋은 고급차가 나타나면 눈치껏 비켜주는 것이 아우토반의 암묵적인 룰이다. 그런데 GS를 알아봐주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가나모리 CE는 “포르셰·페라리가 뒤에서 달리면 비켜주던 차들이 GS를 보고 꿈쩍하지 않는 것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놨다.



 ‘빨리 달리는 차’라는 이미지를 GS에 심고 싶었다. 구형 GS의 부드러운 디자인을 강렬한 인상으로 바꾸고 싶었다. 가나모리 CE는 개성 있되, 멀리서 봐도 렉서스 GS임을 알게 해주는 차를 개발하는 데 착수했다. 탁월한 정숙성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렉서스의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였다. 운전의 즐거움(fun to drive)도 강조해야 했다.



 -BMW의 ‘펀 드라이빙’ 슬로건을 베낀 건 아닌가.



 “자동차의 본질적인 요소가 ‘봐서 멋지고 타면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BMW를 벤치마킹하긴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BMW는 운전자의 운전 실력이 없으면 어느 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차라고 생각한다. 반면 GS는 누가 운전하더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운전하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지.



 “운전대의 움직임에 자동차가 충실히 답한다. 예리함과 민첩성이 키워드다. 구형 GS에 대해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4세대 GS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더한다고 생각했다. 엔진 사운드도 스포츠카의 주파수 밸런스를 참고해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를 넣었다.”



 그렇게 4세대 GS를 개발하기까지 5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전 세계 연구소에서 1000여 명의 개발 인력을 모아 팀을 꾸렸다. “지금까지의 GS와는 전혀 다른 차를 만들라”며 보낸 아키오 사장의 지지가 버팀목이 됐다. 이탈리아의 산속 고속도로, 스위스의 구불구불한 지방 도로를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100만㎞의 시험 주행을 거쳤다. 가나모리 CE는 “프랑스 고속도로에서 테스트 카를 몰고 가다 속도 위반으로 두 번 걸린 적도 있다”며 웃었다.



 4세대 GS의 대표 이미지는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해 여덟 팔(八)자가 가로로 누운 모양의 앞쪽 그릴에 있다. 운전자에게 즉각 반응하는 ‘다이내믹 핸들링 시스템’, 커브에 따라 램프 빛 방향이 자동으로 바뀌는 ‘조향 연동 자동회전램프(AFS)’와 같은 신기술도 적극 도입했다.



 반면 가격은 3세대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낮췄다. 한국에서 월 판매목표는 200대다. 지난해 통틀어 51대의 GS시리즈가 국내에서 팔린 점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목표치다. 이젠 BMW·벤츠·아우디와 승부를 겨룰 일만 남았다.





독일 아우토반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다. 속도 무제한 구간이 있어 유럽 명차들이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기 일쑤다. 하지만 잦은 추돌 사고로 속도제한 구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건설돼 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을 잇는 고속도로 네트워크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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