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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인사이트] 삼성·현대차 스마트카 공동개발 한다면 …

중앙일보 2012.03.15 00:00 경제 3면 지면보기
심재우
자동차팀장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자신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성을 쌓는 자는 움직이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류는 한곳에 정착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디지털 노마드는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첨단 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득세는 IT업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자동차업계도 부족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과거에 쌓아올린 성을 허물며 첨단 IT기기와 융합을 서두르고 있다. 일례로 정통 기계기술을 고집하던 메르세데스-벤츠도 애플과 손잡고 조만간 아이폰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가 적용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18일까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는 친환경차·소형차 트렌드와 함께 ‘스마트카’의 발전상을 제시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면서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첨단 기능이 다수 선보였다. 모터쇼까지 갈 것도 없이 요즘 돌아다니는 신차를 보더라도 주차를 알아서 해주는 기능에 정체되는 구간을 피해 경로를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등 똑똑한 기능은 한번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점차 자동차와 PC가 한 몸이 돼가는 느낌이다. 바야흐로 자동차를 시동 거는 시대에서 부팅하는 시대로 기운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는 요즘 또 다른 성을 쌓는 모습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카네스의 법인명을 현대차전자로 바꾸고, 현대카네스와 남양연구소의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통합하기로 했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09년 현대차는 지식경제부의 ‘중매’로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우리나라의 전자·자동차 업종을 대표하는 두 회사 간 첫 협력 사례여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3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가 안 보이면서 현대차가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이재용(44) 사장과 현대차 정의선(42) 부회장은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독일 BMW 본사를 방문하는 등 선진 자동차업체와의 협력에 직접 나서면서 관심을 끌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이 사장과 정 부회장이 의기투합해 스마트카 공동개발을 선언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큰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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