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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 ① 30대 여성 귀농인 신해정씨

중앙일보 2012.03.09 04:30 1면 지면보기
여성귀농인 신해정씨가 연암대 귀농지원센터에서 후배 귀농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조영회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고 귀농귀촌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귀농귀촌에 관심을 보이며 해마다 귀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중앙일보 천안·아산에서는 앞으로 매월 1회에 걸쳐 우리 지역 귀농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를 연재한다.


“도시서 쌓은 기반 재활용 농촌체험마을 운영 힘됐죠”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연암대학 귀농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해정(38)씨는 지난 2007년 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들었다. 잘 나가던 천안의 한 반도체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상의도 없이 사표를 내던진 것.



 해정씨는 뜬금없는 남편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귀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평소 지리산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이 꿈이라던 남편이 머릿속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해정씨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에 귀농에 대해 좀더 진지한 생각을 갖게 됐고 국내 최초로 귀농교육을 시작한 연암대 귀농지원센터(국가지정 귀농지원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남편과 함께 귀농지원센터 2기로 입교한 해정씨는 당시 부부가 함께 귀농교육을 받았다는 이색적인 이력도 남겼다.



 “그때만해도 귀농지원센터를 지원하는 귀농인들이 많지 않아 남편과 함께 나란히 합격 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25명 모집에 80명이상이 지원할만큼 경쟁이 치열해 부부가 함께 합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죠. 그래서 앞으로는 아마도 부부 합격자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또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성 지원자가 전체 지원자 중 2~3명에 불과해 더더욱 보기가 힘들 겁니다.”



 6개월동안 합숙생활을 하며 퇴비 만들기·작물 기초·농업 정책·현장 실습까지 농업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은 해정씨는 교육이 모두 끝난 후 전북 남원에 1983㎡(600평) 가량의 텃밭을 구입해 손쉬운 작물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다. 귀농 후 해정씨는 농촌체험 마을 사무장을 맡아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알리는 일을 하게 됐고 문화관광 해설사 자격증을 획득해 한동안 관광 해설사로도 활약했다. 특히 해정씨는 귀농지원센터에서 배운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농촌 살리기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 8차례나 입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해정씨는 “’귀농귀촌’이라고 하면 흔히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는 것에 한정된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귀농귀촌은 농촌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농촌에 정착해 도시에서 쌓은 기반을 농촌으로 옮겨가는 행위 자체가 귀농귀촌”이라고 설명했다.



 귀농 정착 후 한동안 농촌 발전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던 해정씨는 올해 초 연암대 귀농지원센터에 채용됐다. 귀농지원센터 수료생으로써 직접 귀농 정착에 성공한 산증인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귀농지원센터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해정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귀농지원센터에서 귀농 희망자를 지원하는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남편이 생활하고 있는 남원으로 내려가 텃밭을 경작하는 일로 일주일을 보낸다. 천안에서 남원을 오가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정씨는 작물을 키우듯 귀농인을 키우는 일 역시 또다른 귀농귀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이미 12기(3월 19~5월 11일), 13기(5월 21~7월 13일), 14기(9월 3~10월 26일)까지 도시민농업창업교육 일정이 꽉 차 있고 전문 농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후계농 교육(8~9월), 귀농 코디네이터 사업 등이 숨가쁘게 진행된다.



 해정씨는 “귀농에 관련된 많은 사항을 알아야 귀농이 가능하다.”며 "귀농교육은 통해 시행착오를 1~3년 가량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귀농귀촌은 단순히 논·밭에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우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촌을 이해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반을 농촌에서 재활용하는 것”이라며 “귀농을 돕는 기관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불어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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