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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빛깔] 천안 댄스봉사단 ‘레드폭스’ 김인숙 단장

중앙일보 2012.03.09 04:29 4면 지면보기
말의 언어가 아닌 몸의 언어로 사는 레드폭스 김인숙 단장. 춤 출 때 행복을 느낀다는 김 단장은 혼자만 즐거운 춤이 아닌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레드폭스 제공]



동서양 춤 넘나드는 퓨전 댄스로 한 해 300여 회 사랑의 공연봉사

“아들 원채가 중학교 다닐 때 학교 축제에 초대를 받았어요. 담임선생님께서 공연 요청을 하셨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젊고 춤도 잘 추시잖아요. 꼭 해 주세요’라고 아들 녀석이 신신당부를 하는 거에요. 덕분에 인기를 한 몸에 받았죠.”



말의 언어가 아닌 몸의 언어로 보여 주는 사람이 있다. 춤 이야기를 몸으로 술술 풀어내는 레드폭스 김인숙(44) 단장이 주인공이다. 가족 모두 김 단장의 오른팔이 돼 춤판을 벌이는 그를 돕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몸짓과 표정에서 평온함이 묻어난다. 가벼운 마음에 무대에 서면 몸이 더욱 유연해진다는 김 단장은 레드폭스를 이렇게 소개 한다. “마음과 몸동작이 맞는 여성들이 똘똘 뭉쳐 만든 레드폭스에요. 여성색이 물씬 풍겨 나죠. ‘빨간 여우족’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질 정도로 충남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봉사팀이랍니다.”



30~40대 전문직 여성 6명 뭉쳐 호흡 맞춰



지난 3일 오후 천안 백석동 한국놀이문화협회 사무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인숙 단장은 평소보다 짙은 화장에 옷차림도 화려했다. 넓은 연습실이 눈에 들어오면 안무를 짜고, 음악을 고르고, 몸짓을 만들어내는 안무가로 변신한다. “희정씨, 오른팔을 더 쭉쭉 뻗어야지요. 화순씨는 발을 좀 더 우아하게 움직여 보세요.” 이런 말들은 그의 옆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매사에 밝은 김 단장 외에 레드폭스는 5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30~40대. 김 단장 못지않게 그들의 경력도 상당하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웃음치료사·체조강사 등 대중 앞에서 미소를 짓고 당당하게 동작을 소화해 내는 프로 우먼들이다. 그 중심에 김 단장이 있다. 그녀는 한국무용·밸리댄스·방송댄스·나이트댄스·재즈댄스·라틴 댄스 등 수많은 춤을 훌륭한 퓨전댄스로 만들어 낸다. 퓨전 바람을 일으킨 김 단장의 뜨거운 열정 덕분에 단원들과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춤을 선보이는 사이 어느덧 관객의 얼굴도 환해진다.



하루라도 춤 안추면 몸살 나는 ‘빨간 여우들’



천안역 사랑나눔 희망음악회에서 춤을 추고 있는 레드폭스 단원들. [사진=레드폭스 제공]
“나이에 하나 둘 씩 숫자가 채워져 가는 것을 어느 순간 느꼈을 때 외로움이 컸어요. 이제라도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알아봤죠. 그러다 문득 어릴 때부터 무용에 관심을 가졌던 생각이 났어요.” 몇 년 전부터 레드폭스 팀에 합류한 한 단원의 설명이다. 2006년부터 홀로 춤 봉사를 다닌 김 단장 옆에 한두 명씩짝꿍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춰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 선과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 ‘언젠가 나도…’를 꿈꿨던 소녀 시절의 기억이 한몫해 봉사에 나섰다”고 말하는 단원도 있다.



저마다 새로 시작한 취미생활과 춤 봉사활동에 익숙치 않아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김 단장은 “처음엔 어깨·허리가 아프고, 음악이 몸에 붙지 않아 동작이 꼬이는 등 모두가 힘들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기본 춤 동작을 익혀 나가니 문제 될게 없었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힘들었던 만큼 무대에 오르면 효과도 컸다. 단원들에게서 나오는 에너지가 무궁무진해 움찔움찔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김 단장. “과정은 힘들었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되니 연 300회가 넘는 공연도 거뜬히 해 내더군요. 공연 섭외가 줄을 이어 하루 두 곳 이상 다닐 때도 있어요. 단원들이 자신감이 생겨 오히려 저를 걱정하곤 해요. 어느 순간 무대를 즐기고 있는 단원들을 발견했을 땐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어르신 행사 위해 ‘쟁강춤’ 활용 안무 준비



김 단장은 요즘 멋스럽고 활동적인 한국전통무용 ‘쟁강춤’에 빠져 있다.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 노인회 행사에 초대 되다보니 눈높이에 맞는 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화를 꽤한 춤이 쟁강춤인데 단원들에게 맞는 안무를 짜고 음악을 편집해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 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안무도 한계가 있어요.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힌트를 얻기도 하죠. 한 달에 한 두 번씩 정해 놓고 공연을 가는 곳이 여러 곳이에요. 갈 때마다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춤 출 때 발바닥이 무대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신나는 봉사를 펼치고 있는 그녀. “‘내가 춤을 춰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안아 주고, 손도 잡아 주곤 하죠. 감격하고 감동하는 관객들을 볼 때면 보람을 느껴요. 백발이 되어서도 레드폭스 단원들과 함께 정열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싶어요.”



이경민 객원기자



◆쟁강춤(농악무)=팔에 쟁강쟁강 소리가 나는 쇠팔찌를 끼고 추는 민속무용이다. 풍년이 들면 이를 기뻐하면서 췄던 춤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지방에서 널리 췄다. 여성들의 활달한 면이 부각되고 색깔이 두드러지는 민속무용이다. 춤의 율동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발목이나 허리 등에도 쇠붙이를 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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