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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국인 구별 안하고 매출 부풀린 뒤 “올해 목표 조기 달성” 생색

중앙일보 2012.03.09 04:00 Week& 7면 지면보기
“1월31일까지 매출만으로 올해 목표치 13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실속 없는 ‘코리아그랜드세일’ … 중저가 호텔은 아예 대상서 빠져

지난 5일 한국방문의해 위원회(이하 방문의해) 홍주민 사무총장이 ‘2012 코리아그랜드세일’ 중간 집계 결과를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지난 1월 9일에 시작해 2월 29일 끝난 코리아그랜드세일이 1월 한 달 만에 올해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올해 세일에 참여한 업소(77업체 2만2861개)가 지난해(57업체 1만4053개)보다 62% 증가했다는 걸 감안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방문의해는 지난해 성과를 발표하면서 매출 121억원을 달성해 2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54명의 취업 창출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 최종 결과는 이달 중순 이후 발표된다.



그러나 레저 업계나 쇼핑 업계에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롯데백화점 본점 김근수 과장은 “예년에 비해 중국인이 늘고 씀씀이도 급증했다”며 “코리아그랜드세일 혜택을 모르는 외국인의 매출도 코리아그랜드세일 성과로 집계되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올해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 업체 2만2861개 중 편의점 5개 업체 1만8003개 매장과 환전 서비스를 하는 3개 은행 1925개 지점이 전체 참여 업체의 80%를 넘는다. 2만2861개나 된다는 참여 업체의 실상이다. 코리아그랜드세일, 과연 실속이 있을까. 낱낱이 따져봤다.



손민호·나원정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 업체가 소개된 홍보물을 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는 행사에 대한 외국인의 인지도가 낮았다고 입을 모았다.


◆ 코리아그랜드세일=코리아그랜드세일은 일정 기간 중 외국인 관광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축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한국방문의해 사업을 진행 중인 방문의해가 지난해부터 1~2월 중 개최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 더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으로 방문의해 사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 두 달 동안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쓴다고 해서 모두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로 잡히는 건 아니다.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액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산정된다.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멤버십 카드나 쿠폰을 발급받아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 업체에서 계산할 때 함께 제시해 각종 할인 혜택을 받으면 자동으로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로 잡힌다. 대표적인 업체가 면세점이다. 반면 호텔에서는 멤버십 카드나 쿠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미리 ‘원 모어 나이트 프로모션’ 참여 호텔을 확인해 예약해야 무료 1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편의점은 업체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상품 100∼200개를 행사품목으로 정한다. 외국인이 해당 품목을 구입하면 매장에서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로 일일이 올린 것을 방문의해가 집계한다.



◆ 매출 부풀리기=가장 큰 문제는 매출액 산출 과정이 부정확하다는 데 있다. 현장 확인 결과 편의점에서 세일 행사품목 혜택이 내·외국인 구분 없이 제공되고 있었다. 매장에서 외국인 매출을 따로 잡지 않아 코리아그랜드세일로 인한 매출이 얼마인지 집계 자체가 없었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행사품목 총 매출액 27억8000만원을 성과로 그대로 보고했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는 올해부터 외국인 매출을 기록하는 전용 바코드를 자체 도입했다. 그랬더니 올해는 7억85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다른 편의점은 여전히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방문의해 측은 “편의점이 제출한 총 매출의 5%만을 외국인 매출액으로 어림잡았다”고 인정했다.



 백화점 매출도 잔뜩 부풀려졌다.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해부터 브랜드 70~80개가 세일에 참여했다. 그러나 성과를 결산할 때는 1000개가 넘는 백화점 브랜드 모두의 해외신용카드 실적을 다 보고했다. 신세계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도 똑같은 상황이다. 방문의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발표했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지난해 코리아그랜드세일에서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용 건수는 편의점이 13만여 건, 백화점이 4만3000여 건으로 전체 이용 건수의 92%를 차지한다. 매출액은 백화점이 97억여원, 편의점이 5억5000여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84.5%에 이른다. 그러니까 이 통계에서 어디까지 허수인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



◆ 호텔은 빠졌다=현재 외국인 관광객 대책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부분이 숙소다. 그러나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숙소 문제에 대해 거의 대책이 없다.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을 수용하는 중저가 호텔이 사업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방문의해 측은 이에 대해 “외국인이 특급호텔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중저가 호텔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특급호텔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특급호텔은 현재 ‘원 모어 나이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매출은 거의 없었다. 호텔에 직접 예약하기보다 여행사 등을 통해 할인을 받고 객실을 예약는 경우가 많아 ‘원 모어 나이트 프로모션’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라·롯데·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서울시내 특급호텔 대부분이 “국가적 사업이어서 참여했지만 이로 인한 매출은 일찍이 기대를 접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특급호텔은 세일 참여업체에서 빠져있지만 ‘원 모어 나이트 프로모션’ 1~2월 매출은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로 잡힌다.  


외국인 이용방법과 매출 파악방법



멤버십 카드나 쿠폰 이용




① 코리아그랜드세일 멤버십 카드나 쿠폰 발급(호텔·백화점·관광안내소 등이나 코리아그랜드세일 홈페이지 등에서 발급)

② 코리아그랜드세일 참여업체에서 계산 전에 멤버십 카드나 쿠폰 제시하면 각종 할인 혜택 얻음

④ 업체에서 쓰인 멤버십 카드나 쿠폰 액수를 집계해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 파악



멤버십 카드나 쿠폰이 없는 경우



① 호텔 : ‘한국방문의 해’ 홈페이지나 코리아그랜드세일 홈페이지에서 ‘원 모어 나이트 프로모션’ 참여 호텔을 확인해 각자 예약하면 무료 1박 등 혜택 받음

② 편의점 : 외국인이 선호하는 품목을 행사 품목으로 정해 세일기간 중 외국인이 편의점에서 행사 품목 구입하면 할인 등 혜택

③ 호텔과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코리아그랜드세일 매출은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액수를 반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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