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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다·온천 … 당신은 어느쪽에 더 끌리나요

중앙일보 2012.03.09 04:00 Week& 2면 지면보기
일본 규슈(九州) 올레는 모두 4개 코스다. 하나같이 특징이 뚜렷하다. 규슈 섬 동서남북 지역에 하나씩 골고루 분포돼 있고, 산·들·바다·온천 등 저마다 특별한 매력을 담고 있다. 이 네 개 코스 중에서 어느 코스가 인기가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장점과 단점은 비교할 수 있다. 하루에 한 코스씩 꼬박 나흘을 걸어 완성한 규슈 올레 가이드를 최초로 공개한다. 상세한 설명은 규슈관광추진기구 홈페이지(welcomekyushu.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한 코스씩 나흘 걸어 완성한 규슈 올레 가이드

글·사진=손민호 기자



일본 오쿠분고 올레 오카성 오르는 길.


① 70% 이상 흙길 … 오쿠분고 올레



오쿠분고 올레는 규슈의 깊은 속살을 헤집는다. 한편엔 대나무숲, 다른 한편엔 삼나무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걸었다.
제주 올레 사무국은 규슈 올레를 위해 세 차례 규슈를 방문했다. 한 번은 제주 올레 탐사팀 직원이 보름 정도 머물면서 꼼꼼히 코스를 확인하고 조언했다. 제주 올레가 규슈쪽에 당부한 것은 ‘올레 정신’이었다. 조금 더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주 올레는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 올레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규슈 올레가 오이타(大分)현 오쿠분고 코스다. 자연의 깊은 속살을 한껏 만끽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직접 걸어보니 오쿠분고 올레는 바다가 없어서 그런지 제주 올레보다 지리산 둘레길과 더 비슷한 느낌이었다. 두량짜리 간이열차가 다니는 무인역 아사지역을 출발해 오솔길을 걷고, 논두렁을 따라 걷고, 대나무 숲을 지나고, 일본 전통 양식의 정원을 가로지르고, 계곡을 따라 걷고, 옛 산성을 들렀다 나오니 종착지 분고다케다역에 도착했다.



 오쿠분고 올레 11.8㎞ 중 70% 이상이 흙길이다. 잊힌 옛길을 복원하고 농부가 다니던 길을 이은 결과다. 그러나 처음에는 70% 이상이 아스팔트 도로였단다. 제주 올레가 현장에서 조언한 대로 새 코스를 짠 덕분에 오쿠분고 올레는 제주 올레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오쿠분고 올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카 산성터였다.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을 100m쯤 올라가 조우한 천년 성터의 주인은 성벽에 낀 이끼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엔카 ‘황성의 달(荒城の月)’이 이 황폐한 풍경에서 비롯됐다. 산 정상에 있는 성에 오르면 멀리 아소산과 구주연산이 보인다고 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그 장관은 목격하지 못했다. 대신 뿌연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 자락에서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규슈 최대의 마애석불을 모신 후코지(普光寺)의 피아노 치는 주지스님도 인상적이었다.



●장점과 단점



오쿠분고 올레는 규슈 오지 산속에 틀어박혀 있다. 교통편도 그렇고, 언어 문제도 걱정됐다. 대신 여행사 상품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벳푸 온천, 유휴인 온천, 아소산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규슈의 관광 명소가 한 시간 거리에 있어 이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은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실제로 참좋은여행사(verygoodtour.com)가 이달부터 오쿠분고 올레를 체험하는 패키지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박3일 여정에 49만9000원부터 54만9000원. 02-2188-4010.



② 온천으로 가는 길 … 다케오 올레



3000년 묵은 녹나무가 사는 다케오 신사는 왕대나무숲으로도 유명하다. 왕대나무에 걸린 올레 리본이 상징적이다.
한국인의 규슈 관광은 후쿠오카에서 시작한다.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규슈에 가는 한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후쿠오카를 기점으로 삼는다.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가 있는 사가(佐賀)현 다케오시는 기차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도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다. 다케오 올레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 있다. 다케오 올레는 한국에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규슈 올레다.



 다케오는 역사가 1300년이나 된 온천 마을이다. 알칼리 성분의 온천수가 나오는데, 물이 유난히 매끄럽다. 한국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부에 흡수가 잘 돼 일본에서는 예부터 미인온천으로 이름이 높다.



 14.5㎞에 달하는 다케오 올레는 말하자면 이 다케오 온천으로 가는 길이다. JR철도 다케오 온천역에서 시작해 시내를 관통한 뒤 다케오시를 내려다보는 산을 올랐다 내려와 다시 시내를 통과하면 종착지 다케오 온천타운에 다다른다. 그러니까 다케오 올레를 걷고 온천타운에 들어와 온천욕하고 저녁을 먹은 뒤 푹 자라는 것이다. 온천타운에 있는 료칸 교토야(京都屋)에는 한국인 직원도 상주한다.



 다케오 올레는 치밀한 코스다. 다케오 시청이 규슈 올레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데, 걸어 보니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이를 테면 다케오시를 조망하는 산은 나무 계단 257개를 올라야 한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팔라 산행에 서투르거나 노약자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다케오시는 산에 로프를 설치한 것도 모자라 아예 산 아래를 도는 초급자 코스를 따로 만들었다.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는 이케노우치 호수를 코스 중간에 집어넣고, 3000년 수령의 녹나무를 코스 막바지에 배치한 것도 전략적으로 보였다.



●장점과 단점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 거리일 뿐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가사키가 1시간30분, 규슈 최대의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사세보가 불과 30분 떨어져 있다. 한국어 정보만 잘 갖추면 한국인 개별자유여행(FIT)도 가능해 보였다. 다케오 올레는 도심 올레라 할 수 있다. 제주 올레와 비교하면 서귀포 시내를 관통하는 6코스 일부 구간이 연상된다. 도심 올레는 그러나 아스팔트 길이 대부분이라는 뜻도 된다.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었지만 두고두고 인상에 남는 경관은 없었다. 온천 시설이 낡은 것도 흠이다.



③ 제주 올레와 가장 닮은꼴 … 이브스키 올레



이브스키 올레는 일본 최남단 열차역 니시오야마역에서 출발한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가이몬다케. 일본 100대 명산이다.
가고시마(鹿兒島)는 규슈 최남단 지역에 있는 현(縣)이다. 규슈 북쪽 해안에 있는 후쿠오카보다 온도가 3∼5도 높을 만큼 따뜻하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도 겨울 전지훈련 장소로 가고시마를 자주 이용한다.



 가고시마 이브스키 코스는 제주 올레와 가장 닮은 규슈 올레다. 검은 모래가 깔린 해안선을 따라 걸을 때는 제주 올레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이브스키 올레를 걷다 보면 코스 어디에서도 후지산을 빼닮은 기생화산 가이몬다케(開聞岳·922m)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가이몬다케를 배경으로 한 어촌 풍경은 송악산을 병풍처럼 드리운 제주 올레 10코스가 연상됐다.



 이브스키 올레는 길이가 20.4㎞로 규슈 올레 중 가장 길다. 그러나 걷기에는 가장 편한 길이다. 코스 대부분이 고저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이브스키 올레는 우리나라 정선의 간이역처럼 한적한 모습의 무인 간이역 니시오야마역을 출발해 나가사키바나 곶까지 내려간 뒤 해안선을 걷고 해송숲을 지나 또 다른 무인 간이역인 가이몬역에서 끝난다. 특히 니시오야마역은 일본 최남단 열차역으로, 평소에도 일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역 앞에 행운을 불러준다는 종이 있다.



 가고시마는 한국인이 많이 가는 관광지다.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천연 모래찜질 온천이 가고시마에 있다. 그러나 이브스키는 가고시마에서도 외진 지역에 속한다. 가고시마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더 가야 이브스키다. 이 외진 데를 구석구석 헤집고 있어 이브스키 올레는 되레 제주 올레와 더 닮은꼴이 됐다. 국내 최고 관광지라는 제주도 역시 제주 올레 덕분에 그 숨은 속살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



‘가족 단위 겨울 상품으로 제격’. 한 달쯤 전 이브스키 올레 답사를 마친 국내 여행사 중 한 곳이 이브스키 올레에 내린 평가다. 1월에 유채꽃이 피는 남쪽 나라에서 산책 삼아 올레를 걷고 모래찜질을 하는 여정이면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개통한 규슈 신칸센 덕분에 가고시마가 훨씬 가까워졌다는 것도 이점이다. 자동차로 너덧 시간 걸렸던 후쿠오카~가고시마는 신칸센 개통으로 1시간30분 거리가 됐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직항 항공편도 일주일에 세 편 있다. 그러나 이브스키 올레는 가고시마 관광을 위한 미끼 인상이 강했다. 옛길을 복원했다기보다 관광지를 억지로 이어 붙인 느낌이 두드러졌다. 길에서 이야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④ 해안선 따라 섬 한 바퀴 …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



야마쿠사·이와지마 올레는 바다 올레다. 12.3㎞ 올레길이 바다를 끼고 나있다.
규슈 올레 4개 코스 중 가장 한국인이 없는 지역에 조성된 올레다. 규슈 중서부 구마모토(熊本)현 아마쿠사(天草)제도에 있는 허다한 섬 중 이와지마(維和)라는 작은 섬 안에 올레길을 냈다.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는 전형적인 ‘바당 올레(바다를 끼고 도는 올레)’다. 올레 코스 12.3㎞가 해안선 따라 이와지마섬을 거의 한 바퀴 돈다. 해안선을 돌면서 산을 넘는 구간이 있어 제주 올레 추자도 코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산을 두 개나 넘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도 있다. 규슈 올레 4개 중 가장 힘든 올레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험한 것은 아니다. 가벼운 트레킹 정도라 생각하면 맞다. 올레 개장을 앞두고 아마쿠사시가 루프·펜스 등 안전시설도 갖췄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산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의 최고 매력이 산 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우리나라 다도해처럼 크고 작은 섬이 옹기종기 돋아 있는 쪽빛 바다가 360도 전방위로 펼쳐진다.



 관광 자원이라고는 딱히 없는 작은 섬에 올레길이 들어선 이유는 이와지마 섬이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안고 있어서다. 올레 코스 안에 선사시대 고분군이 있고, 중세 일본 민중봉기의 영웅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의 전설이 얽힌 장소가 있으며, 오늘 일본 어촌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다. 하나의 길 위에 고대 일본과 중세 일본, 그리고 현대 일본이 모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 구간이라 해야 옳다.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해안선 구간의 경우 물이 들어오면 대체 루트가 없다. 제주 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는 날것 그대로의 바다 올레”라며 “지금은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장점과 단점



이와지마 섬은 작다. 면적 40만㎡로, 우리나라 남이섬과 비슷한 크기다. 따라서 올레길이 있는 이와지마섬 안에는 식당·숙소 등 편의시설이 마땅치 않다. 교통편도 좋지 않다. 혼자 이와지마섬에 들어가려면 아마쿠사역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하루에 두 대밖에 없는 버스를 타야 한다. 아마쿠사시까지 나와야 온천 시설을 갖춘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 올레의 평가처럼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코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와바타 유유기 가미아마쿠사 시장의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40세의 가와바타 시장은 규슈 올레 유치를 신청한 7개 시 시장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규슈관광추진기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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