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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아이 유괴하고선 입학까지 시킨 주부

중앙일보 2012.03.09 00:40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김모(5)군은 형(9)과 동네 친구 등 4명과 놀고 있었다. 주변을 서성이던 김모(50·여)씨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고 1000원짜리 지폐를 쥐여주었다. 김씨는 김군에게 접근해 집 전화번호와 주소를 물어봤다. 김군이 잘 대답하지 못하고 어리숙하다는 점을 파악한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재래시장이 주변에 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경남 양산시에 살고 있는 김씨는 김군을 집으로 데려와 남편에게 “7년 전 언니 집에 맡겼던 아들”이라고 했다. 김씨는 5일 김군을 양산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김씨는 현재의 남편과 내연관계를 맺고 있을 때 아들을 임신했다가 8개월 만인 2005년 5월 사산했다. 하지만 남편과 헤어질 것이 두려워 이 사실을 숨겼다. 최근 남편이 아들을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라고 독촉하자 아이를 유괴한 것이다.



 김씨는 남편과 재혼한 사이로 각각 딸이 있었다. 남편이 아들을 보고 싶어 하면 둘째 딸이 주의력결핍 장애가 있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를 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김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유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3일 부모의 신고로 김군의 행적을 수사하던 경찰은 폐쇄회로TV(CCTV)와 통화기록을 분석해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하루 전 서울로 올라와 옷가게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할 모자와 김군에게 입힐 옷을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중부경찰서 오지형 형사과장은 “김씨가 사산 사실을 숨기고 아들이 입학할 시기가 되자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아이를 데려가 키울 계획이었지만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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