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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다고 축구 잘하나 … 아포엘, 챔스리그 8강 기적

중앙일보 2012.03.09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아포엘의 엘데르 소우사(왼쪽)가 리옹 수비수를 뚫고 패스하고 있다. [니코시아(키프로스) 로이터=뉴시스]


14년 동안 헌신했던 팀에서 방출된 골키퍼가 꿈의 무대에서 영웅으로 돌아왔다.

운영비 K-리그 구단보다 적어
골키퍼 펄펄, 승부차기로 리옹 제압



 디오니시스 치오티스(35·아포엘)가 8일(한국시간)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 2개를 막아내며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에 0-1로 졌던 아포엘은 전·후반 90분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합계 1-1로 균형을 맞춘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치오티스는 리옹 선수들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어냈다. 리옹 첫 번째 키커의 킥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겼으나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린 치오티스의 몸을 맞고 들어갔다. 아쉬움에 땅을 친 치오티스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키커의 슛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승리의 포효를 했다. 2007년, 14년 동안 몸담았던 AEK아테네(그리스)에서 버림받은 그가 5년 만에 꿈의 무대 주인공이 된 것이다.



 치오티스는 아포엘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조별리그에서 아포엘은 제니트(러시아)와 FC포르투(포르투갈),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등 쟁쟁한 팀을 상대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강호들은 아포엘을 상대한 여섯 경기에서 139개의 슛을 날렸다. 치오티스는 온몸으로 슛들을 막아냈고, 6실점만 기록했다. 16강 두 경기에서도 리옹이 40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그가 버틴 골문을 뚫은 건 한 번뿐이었다.



 아포엘은 1년 운영비가 156억원 수준이다. 웬만한 K-리그 구단보다 적은 운영비로 기적을 써가고 있다. 절실함이 성공의 비결이다. 아포엘은 저평가된 선수들을 불러와 기회를 줬다. 치오티스도 원 소속팀에서 방출된 후 그리스 2부리그를 전전하던 선수였다.



 아포엘 구단도 2년 전만 해도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2010~2011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르며 상금을 받았고, 이 돈으로 구단을 재편했다. 올 시즌은 8강에 오르며 1년 운영비보다 많은 244억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파니코스 하디히리아시스 구단 대변인은 “현재 우리 팀은 포르투갈과 브라질, 그리스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주전 중 키프로스 선수가 부족하다. 미래를 위해 상금을 모두 키프로스 유소년 축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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