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는 이사할 때 행복했을까?” 책 속 사건·상황 뽑아서 토론
사진=최명헌 기자

새 교육과정서 4학년 토의, 5학년 토론 수업
“남과 북이 분단된 지 60여 년이 지나 언어와 의식주의 차이가 커 통일이 되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찬성하는 의견은 이해하지만 분단 세월이 길어 하나 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강민수·서울 개일초 5)
“그런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 됩니다. 남북통일이 되면 국토도 넓어지고 북한의 지하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 분단 때보다 힘이 강해집니다.”(김욱성·서울 대치초 5)
지난달 28일 한우리 강남지부 강의실에서 이번에 5학년이 된 학생들이 근현대사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정은주 강남지부장은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4학년과 5학년이 각각 토의와 토론을 한 단원씩 배운다”고 설명했다. 토론 안건은 ‘남북 통일을 해야 하는가, 해서는 안 되는가’이다. 전 주에 읽은 『김구·전태일·박종철이 들려주는 현대사 이야기』에서 ‘통일’을 안건으로 정했다. 백규진 독서지도사는 김군에서 “반박에 대한 또 다른 반박을 잘했다”며 칭찬했다.
이 수업은 초등 4학년을 위한 ‘주제가 있는 토론’ 시간이다. 책을 읽고 6단논법으로 토론을 한다. 학생들은 ‘토론준비표’에 따라 안건·결론·이유·설명·반론 꺾기·정리 순서로 토론했다. 이유나 설명, 반론 꺾기를 할 때 책에서 읽은 내용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오 실장은 “독서로 배경지식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쌓이면 토론의 근거와 주장을 탄탄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 시 ‘이유’는 중심문장, ‘설명’은 보조문장
책을 읽고 토론의 안건을 정할 때는 100% 진리가 아닌 찬반 의견이 나와야 한다. 책 속 주인공의 행동이나 사건도 안건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가 이사를 할 때 ‘제제는 행복했을까, 아닐까’를 안건으로 뽑을 수 있다. 초등 4학년 정도라면 ‘밍기뉴를 만나 행복하다’ 혹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불행하다’는 이유와 설명을 말해볼 수 있다. 정 지부장은 “토론을 할 때 ‘이유’와 ‘설명’ 구분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이유는 중심문장, 설명은 보조문장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타인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된다.
5학년쯤 되면 반론 꺾기와 정리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토론을 잘하려면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정 지부장은 “토론에서는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상대방 말의 허점을 찾아야 반론 꺾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과정에서 예외를 둔 ‘예외 정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져야 할까, 안 될까’라는 안건으로 토론할 때 찬성일 경우 ‘수업시간에 꺼놓는다는 전제 하에’라는 예외를 준다. 토론은 자기 주장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이런 예외를 둠으로써 생각을 열어 놓는 것이다. 이런 토론은 생각을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초등 고학년쯤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토론서 활용 땐 책 이름·저자 밝혀 객관화를
토론을 할 때 읽은 책의 내용만 참고하면 자료가 한정된다. 토론 주제와 관련해 이전에 읽은 모든 책을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흑백갈등’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할 때 인도 민족해방운동 지도자 간디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책을 읽었다면 저항은 하되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오 실장은 “많은 독서량이 내공이 돼 토론을 더 효과적으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말로 풀어내야 하는데 상대방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모른다. 책을 많이 읽으면 배경지식이 많아 근거를 쉽게 찾아 논리를 펼 수 있다. 독서로 토론능력을 키우려면 책을 읽을 때 배경지식으로 활용할 문장에 표시를 해두면 좋다. 비문학 작품은 암기를 해 둔다. 토론에서 이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 저자와 책 이름 등을 말해 근거를 객관화시킨다.
토론을 위한 독서를 할 때는 감상 방법이 다르다. 책을 읽기 전 문제의식을 가지면 줄거리만 읽게 되지 않고 생각의 방향과 깊이가 달라진다. 예컨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을 때 ‘주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읽는다. 주인공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는 근거 훈련을 위해 책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본다. 오 실장은 “문학의 최종 목표는 감성이지만 작품 속 인물에 대한 판단은 얼마든지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